칸에서 희소식이 들어왔다. 한국 여배우 전도연이 2007년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이다. ‘올드보이’가 몇 년 전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이후 또 한번의 쾌거다. 점점 한국영화의 세계화가 눈에 띄고 있다.
비, 장동건, 전지현이 할리웃에 진출한다는 얘기나 한국 영화들이 심심치 않게 미국의 영화관에서 상영된다는 소식도 고무적이다. 늘 높고 멀게만 느껴졌던 세계의 벽이 이제는 한국영화계에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 듯하다. 한국 사람들에게만이 아닌 세계의 다른 사람들에게도 통하는 뭔가를 찾아낸 것 같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코드가 맞는 것일까.
10년도 전에 나도 칸에 간 일이 있다. 바로 칸에서 열리는 세계 광고제에 참가한 것이 있다. 영화제가 영화인들만이 아닌 온 국민, 전 세계가 즐기는 것이라면 광고제는 그야말로 광고인들을 위한 것이다.
세계적인 광고제가 몇몇 있지만 광고인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것이 칸에서 ‘사자’ 한 마리를 받는 것이다(상패가 사자형상이다). 유명한 광고인들의 이력에는 칸의 사자를 몇 마리 탔는지가 나오는 것도 그이유다.
객석에 앉아있던 것이 전부였지만 그때 나는 칸의 광고제에서 꿈 하나를 꾸고 돌아왔다. “언젠가는 이곳에서 사자 한 마리를 받으리라”는 생각, 그리고 모두의 코드에 맞는 것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그때 이후 10년이 지났다. 한국 영화가 10년 전과 지금이 현격히 달라졌는데, 한국 광고는 10년 전과 지금의 차이가 크게 없는 것 같다. 나도 아직 칸의 ‘사자’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다. 어쩔 수 없는 이유들이 분명히 있다. 영화는 예술의 영역이지만 광고는 예술의 모습을 살짝 띤 장사꾼이다.
그러니 한국에서 잘 팔리는 물건과 한국에서 잘 사주는 세일즈 메시지가 한국말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잘 통하길 기대하는 것은 과한 욕심인지도 모른다. 물론 메시지보다 비주얼(그림)이 우선되는 세상이니, 비주얼만으로 기발한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방법도 있지만, 맞는 코드를 찾기는 어려운 일이다. 한 사람과의 코드가 맞기도 쉽지 않은데 온 세상을 상대로 코드를 맞추기는 더욱 어렵지 않겠는가.
그런데 그 코드를 맞추는 실습을 나는 이제 미국 광고주 일을 하면서 경험하고 있다. 미국에 사는 한인의 코드와 미국 광고주의 코드는 많이 다르다. 그것은 문화의 차이기도 하고 개인의 차이기도 하고 언어의 차이기도 하다.
하지만 찾아보면 이해가 되는 부분을 만나게 되고 그 지점에서 광고를 만들게 되는데, 이를 통해 얻는 것은 놀랍게도 다른 데 있다. 바로 사람 사는 일은 다 똑같다는 결론이다. 코드를 맞추기는 쉽지 않지만 결국 코드는 얼마나 이해하려는 마음자세가 있느냐에도 달려 있는 것 같다.
한국 영화가 전 세계인을 감동시키는 유니코드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수준 높은 한국 영화를 이해하려는 바뀐 마음도 큰 역할을 하지 않았겠는가. 코드가 맞는지, 오직 그것만 매달린 것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알맹이에 힘을 쏟은 결과라고 믿고 싶다.
언젠가 칸에서 한국 광고가 사자를 받게 된다면, 내가 사자를 받게 된다면, 그때에도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싶다. 코드에 맞춘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가 좋았다고.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
유정민 / 텐커뮤니케이션스 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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