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수도 워싱턴 DC는 기념관의 도시다. 워싱턴의 중심 몰 한쪽 끝에 있는 거대한 링컨 조각상은 그 반대쪽에 자리 잡은 연방 의회에서 정치인들이 미국을 제대로 이끌어가고 있는지 근엄하면서도 인자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포토맥 강변에 세워진 제퍼슨 메모리얼에는 ‘독립 선언서’를 비롯, 수많은 그의 명언이 동상과 함께 자리 잡고 있고 거기서 그다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유대인 학살을 기억하기 위한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뮤지엄이 있다.
이런 숱한 기념관과 기념비의 숲에 자그마한 동상 하나가 더해지게 됐다. 12일 제막된 ‘공산주의 피해자 메모리얼’이 그것이다. 10피트 높이의 횃불을 든 여신의 모습으로 돼 있는 이 동상은 1989년 천안문 광장에서 민주주의를 외치던 학생들이 만든 ‘민주주의의 여신’ 상을 본뜬 것이다. 12일은 또 레이건 대통령이 베를린에서 “고르바초프여, 이 장벽을 허무시요”라고 외친 지 20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20년 전 레이건이 베를린 장벽과 공산주의의 붕괴를 점쳤을 때 공산주의자와 좌파 지식인은 물론 레이건의 보좌관들까지 대통령 정신이 약간 이상해진 것이 아니냐고 걱정했다. 70년 동안 기세등등하게 전 세계를 풍미한 공산주의 세력이 사라지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다는 것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다는 것이 대다수 의견이었다.
그러나 불과 2년 후 베를린 장벽은 여리고의 성벽보다 싱겁게 무너졌고 그 후 3년 후 공산주의 종주국 소련도 사라졌다. 재임 기간 내내 “무식한 엉터리 대통령”으로 조롱 받았던 레이건의 성가는 나날이 올라가고 그를 조롱했던 지식인들은 지금까지 꿀 먹은 벙어리로 남아 있다.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이 존경한다는 모택동의 대약진 운동으로 7,000만 명의 중국인이 죽었다. 스탈린의 숙청으로 죽은 4,000만을 합치면 두 나라 공산주의 희생자 수만 1억이 넘는다. 거기다 캄보디아와 아프가니스탄, 에티오피아 등 세계 각국 공산 정권 치하에서 죽은 사람을 더 하면 총 합계가 얼마나 될 지는 계산하기 어렵다. 사상 최악의 정권으로 손꼽히는 나치 희생자가 2,500만인 것을 감안하면 공산주의가 얼마나 큰 해악을 끼쳤는가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것은 공산주의의 악행이 역사일 뿐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란 사실이다. 지난 3월 나온 고문에 관한 유엔 특별 보고서는 중국 정부가 심신 수련 조직인 파륜공(법륜공)에 대한 조직적 탄압을 계속하고 있으며 체포와 고문은 물론 이들 회원의 장기를 빼내 판 후 시체를 화장하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폭로했다.
그러나 중국의 인권 상황은 북한에 비하면 양반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십만이 강제 수용소에서 짐승만도 못한 대우를 받으며 죽어가고 있다. 이런 인권 침해에 대해 한마디도 못하는 ‘인권 대통령’ DJ는 이제 한반도에 전쟁이 나지 않은 것은 자신의 햇볕 정책 탓이라고 우기고 있다. 박정희와 전두환, 노태우는 정말 열심히 햇볕 정책을 펴왔나 보다. 서울에 ‘강제 수용소 기념관’이 세워지고 대통령이 “김정일이여, 강제 수용소 벽을 허무시요”라고 외치는 날까지 한국은 인권에 대해 이야기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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