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고갈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보고서가 전 세계인들에게 충격을 준 적이 있다. 1972년 나온 로마 클럽 보고서다. 30개 언어로 번역돼 30만 부가 팔린 이 보고서는 때맞춰 닥친 중동 오일 쇼크와 함께 세계가 처한 자원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그 후 30여 년이 지난 지금 세계의 석유 자원은 어느 때보다 풍부하다.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과거 불가능했던 곳에서 석유를 캐내고 몰랐던 곳에서 새로운 유전을 발견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앞으로 수십 년 동안은 석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 견해다. 최근 개스 값의 급등에도 불구하고 인플레를 감안한 실질 가격은 70년대보다 오히려 싸다.
석유 자원 고갈이 기우로 끝나면서 요즘 사람들을 걱정하게 하고 있는 것은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한 지구 온난화 현상이다. 앞으로 배기 개스가 늘어나 지구 온도가 계속 올라가면 해변은 물에 잠기고 사막화와 태풍 발생이 심해져 지구는 사람이 못살 곳이 된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 석유나 석탄 같이 화석 연료를 때지 않고 깨끗하게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소위 ‘재생 에너지’(renewable energy)다. ‘클린 에너지’라고도 불리는 이 신종 에너지에는 풍력, 조력, 태양열, 지열 등등이 있지만 그 중 대종을 이루는 것은 풍력이다.
팜 스프링스를 갈 때 흔히 볼 수 있는 풍력 발전은 아직 세계 에너지 수요의 4.5%만을 공급할 뿐이지만 이제는 호기심의 대상을 넘어 본격적인 대체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현재 LA 다운타운에서 열리고 있는 풍력 발전 컨벤션 참석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국 내 풍력 발전은 매년 30~40% 규모로 급성장하고 있으며 지금은 전체 에너지 공급량의 1%에 불과하지만 2030년에는 20%를 담당하게 될 전망이다.
풍력 발전의 선구자인 덴마크의 경우는 이미 전기 공급의 21%가 풍력 발전에 의해 이뤄지고 있으며 스페인과 포르투갈도 7~8%를 이로 충당하고 있다. 풍력 발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수록 대량 생산이 가능해져 단가는 싸지고 기술 혁신에 의한 효율도 좋아진다. 장기적으로 보면 풍력 발전만으로 전 세계 에너지 수요의 5배, 전기 수요의 40배를 공급할 수 있다 하니 에너지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풍력 발전 못지않게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태양열 발전이다. 아직까지는 이를 효과적으로 전기로 만들지 못해서 그렇지 에너지양으로만 보면 전 세계 1년 치 석유 소비량에 맞먹는 에너지를 매분 태양으로부터 받고 있다. 가주는 이미 태양열 전지가 부착된 지붕을 설치할 때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연방 정부 보조금과 합하면 설치비의 절반은 커버된다.
교황청도 내년부터 바티칸 일부를 태양 전지판으로 바꿀 계획이라고 한다. 베네딕토 16세는“기후변화와 환경파괴는 신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라며 전 세계 10억 가톨릭 교인이 모두 환경주의자가 되어달라고 말했다. 석유 값이 오르면 오를수록, 지구 온난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 커질수록 대체 에너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이다. 클린 에너지의 미래는 어느 때보다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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