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이민 온 분들의 잊지 못할 추억 중의 하나는 전복 따기였다. ‘전복’하면 그때나 지금이나 비싼 해산물. 한국에서 전복 회는 꿈도 못 꾸고 죽에 다져넣어 전복죽으로나 맛보는 게 고작이었다.
그런 귀한 전복을 남가주에서는 해변에만 가면 딸 수 있으니 보통 신나는 일이 아니었다. 이민 초기, 빠듯한 살림살이에 주말이라고 별로 갈 데도 없던 시절, 친지들끼리 바닷가로 나가거나 공원에 가서 바비큐를 하는 것이 대표적 여가활동이었다. 60대 주부의 말이다.
“보통 샌피드로에 가서 전복을 땄어요. 물이 빠졌을 때 보면 바위에 전복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데 참 신기하더군요. 나무주걱으로 전복 모서리를 탁 건드려 따서 살에 칼집을 넣어 바비큐 해먹으면 그 쫄깃쫄깃한 맛이 기가 막혔지요”
그 전복들을 요즘은 남가주 해안에서 구경할 수가 없다. 캘리포니아에서 전복을 따려면 이제는 샌프란시스코 이북으로 올라가야 한다.
그 많던 전복들이 다 어디로 갔을까. “한인들이 너무 따가서 씨가 말랐다”고 농담반 진담반의 지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장은 있겠지만 전혀 틀린 말도 아니다. 두가지가 사실이다. 첫째, 캘리포니아 수렵국이 보호에 나설 정도로 전복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 둘째, 전복이건 조개건, 혹은 고사리건 규정 위반하며 한보따리씩 담아가는 사람들 중에는 유독 한인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지난달 북가주 몬트레이 카운티 해변에서는 한인 5명이 전복을 95개나 채취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캘리포니아 규정에 의하면 하루 1인당 채취량은 3개, 4월부터 11월까지 전복 채취시즌 동안 채취량은 총 25개로 제한돼 있다. 95개는 밀렵에 해당되는 수준이다.
그런가 하면 1-2년 전에는 남가주의 한 가족이 피스모 비치에 가서 조개를 아이스박스 5개에 꽉꽉 채워 오다 적발되었다. 조개 채취 제한량은 보통 자잘한 조개류 50개. 이들이 엄청난 벌금을 물었음은 물론이다.
그뿐이 아니다. 해마다 봄철 고사리 채취 시즌이 되면 온가족이 가서 산을 훑다시피 하며 대형 쓰레기 백 서너개씩 채워 오다 적발돼 망신을 당하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진다.
전복이든 고사리든 왜 적정량에서 멈추지를 못하는 걸까. 바닷가에서 기분 좋게 하루 보내며 재미삼아 몇 개 주워오고, 하이킹 겸 산에 올라가서 자연도 즐기고 연둣빛으로 솟아오른 고사리도 좀 따오는 수준에서 왜 만족하지 못할까. 욕심과 낮은 민도 때문이라는 의견들이 많다. 이런 지적들이다.
“옛날에 못 먹고 살아서 그런지 아직도 먹을 것만 보면 욕심을 내는 사람들이 많아요. 결혼식 피로연 같은 데 가보면 민망할 정도로 먹는 데 집착을 하더군요. 전복이나 조개를 그렇게 많이 따는 것도 이런 욕심 때문이 아닐까요?”“남이 보든 안보든 규정을 지켜야 하는 데 그렇지 못한 건 민도가 낮다는 증거입니다”
노천 온천에 “때를 밀지 마시오”“쓰레기를 버리지 마시오” 등의 한국말 표지판이 세워졌다고 한다. 전복, 조개, 고사리 불법 채취를 경고하는 표지판들도 한국말로 세워지지나 않았는지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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