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인원은 골퍼들의 꿈이다. 특히 주말 골퍼들에게 홀인원은 평생에 한번 할까 말까 하는 대단한 성취이다. 오죽하면 홀인원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3년 만사형통이라는 말이 생겨났을까.
그래서 한인 골퍼들이 홀인원을 하면 신문에 누가 며칠 어느 골프장 몇 번 홀에서 홀인원을 했다는 기사가 실릴 정도이다. 단 한번의 샷으로 골프공을 홀에 넣을 확률이 아마추어 골퍼의 경우 1만3,000분의1, 프로골퍼들의 경우 3,00분의1이라는 통계가 나와 있다. 공을 홀에 근접시킬 실력이 있으면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력이 있다고 해서 누구나 홀인원을 기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금세기 최고의 골퍼 타이거 우즈도 어려서 골프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18차례의 홀인원을 기록했다. 물론 세계 최고의 기량에 거의 매일 골프채를 잡는 우즈니까 가능한 기록이다.
올해로 29회째를 치른 백상배 골프대회는 남가주 지역에서 내로라하는 한인 골퍼들이 모두 나오는 최고 수준의 대회이다. 그런데도 지난 29년 동안 이 대회에서 나온 홀인원은 단 한 차례에 불과하다. 한 한인 골퍼는 홀인원을 했을 때의 쾌감을 오르가즘에 비유하기도 했다. 하긴 닉슨 전 대통령도 “지난 1961년 벨에어 골프장에서 홀인원을 기록했을 때의 짜릿함이 대통령에 당선된 순간의 그것보다 더욱 강렬했다”고 회고했을 정도니 말해 무엇 하겠는가.
이런 정도의 행운이니 홀인원 한번 하면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 된다. 같이 라운딩을 한 사람들은 홀인원 기념패를 만들어 주고 홀인원을 한 사람은 한턱을 내게 된다. 친한 사람들일 경우 2차, 3차까지 이어지게 되니 “홀인원 한번 하면 집안 기둥뿌리 뽑힌다”는 애교 섞인 비명이 나올 법도 하다.
그래도 골프가 일상화 돼 있는 미국은 덜한 편인데 한국에서 홀인원 한번 했다 하면 말 그대로 난리가 난다. 골프장에 기념식수를 하고 라운딩 한 사람들에게 고급 양복을 맞춰 주는 등 홀인원 한번 한데 따른 지출이 장난이 아니다. 그래서 홀인원 할 경우 지출 경비를 책임져 주는 ‘홀인원 보험’까지 등장했다.
주말 골퍼들에게는 평생 단 한번 할 수 있을까 말까하는 행운인 홀인원을 밥 먹듯 한 아줌마 골퍼가 있어 화제다. ABC 방송의 ‘굿모닝 아메리카’에 소개된 재클린 가녜라는 이름의 이 남가주 지역 여성골퍼는 올 1월부터 5월까지 무려 11차례나 홀인원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다른 이들이 버디 잡듯 홀인원을 기록한 이 아줌마 골퍼의 행운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ABC가 수학전문가에게 의뢰해 이같은 행운을 잡을 확률을 뽑아 봤더니 평생 벼락을 무려 1,630억번 맞을 확률과 같다는 것이다. 그러니 한마디로 불가능한 행운을 맛봤다는 얘기다.
그런데 1,630억번 벼락 맞을 확률도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는 엄청난 기록이 있으니 그것은 ‘위대한 지도자’ 김정일의 골프 실력이다. 한 북한 정보 문서에 따르면 그는 머리를 올린 날에만 무려 11개의 홀인원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허풍도 이 정도면 코미디의 범주를 한참 벗어나 웃음조차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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