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문제일까, 부모가 문제일까?”
한인 여학생이 스탠포드에서 8개월 동안 가짜로 학생 행세를 하다가 적발된 뉴스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상당한 관심거리이다. 특히 자녀가 갓 대학에 입학했거나 지금 대학 진학생인 부모들에게는 남의 일 같지 않은 뭔가가 있기 때문이다.
“집안에서 오죽 스트레스를 받았으면 가짜 학생까지 되었을까? 그 아이가 참 안됐다”는 동정에서부터 “부모가 스트레스를 준다고 다 그렇게 되는 건 아니다. 보통 애가 아니다”는 비난, “아이가 가짜로 학교에 다니는 걸 부모가 어떻게 모를 수 있을까?”“기숙사 룸메이트가 눈치를 못 챘다니 이해가 안된다”는 단순한 의구심까지 … 반응은 다양하지만 그 내면은 모두 같다.
“우리 아이가 별 일 없이 대학에 다니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아이가 xx 대학에 합격해줬으니 그것만도 고맙다”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안도감이다. 한인 학부모들 중 가슴 뜨끔한 경험 한 두번 없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한인을 포함, 아시안 부모의 특징은 자녀에 대한 높은 기대이다. 기대가 높으니 잔소리가 많을 수밖에 없다. “조금만 노력하면 훨씬 성적이 좋을 텐데 왜 그걸 안하느냐”“엄마 말 안 듣더니 거봐라”“남들 다 가는 데 너는 뭐가 모자라서 그 대학도 못 갔느냐”는 닦달이 예사이고, 그 압박감에 삐끗하다 보면 아이들이 커닝을 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스탠포드 가짜 학생 사건은 커닝의 연장선. 거짓으로라도 가족·친구들에게 그럴 듯하게 보이고 싶고, 부모의 기대를 만족시키고 싶은 욕심이 18살 여학생을 거짓 인생으로 내몰았다.
스탠포드 교내신문은 거의 매일 가짜 학생 아지아 김양 사건을 보도하고 있는데, 그 밑에 학생들이 달아놓은 댓글을 보면 별별 이야기가 다 있다. 김양은 기숙사 창문으로 넘어 다닌 것은 물론 맨홀을 통해 하수도로 카페테리아에 이르는 길도 알고 있었던 것으로 한 학생은 썼다. 어느 날 밤 ‘배가 고프다’고 하자 김양이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며 그를 데리고 하수도로 들어갔는데 지상으로 나와 보니 거기가 카페테리아 안이더라는 것이다.
실력대로 대학에 갔다면 얼마든지 대학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아이가 왜 창문 넘고, 하수도 드나드는 어둠의 생활을 해야 했는지 안타깝다. 그런 거짓이 8개월 동안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대학생들의 개방적인 라이프스타일과도 상관이 있다. 한 여학생의 댓글이다.
“남자 친구 기숙사에서 거의 1년을 살아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더라. 나는 그 학교 학생이 아니었지만 교정에서 여러번 마주치면 모두 내가 그 학교 학생인 줄 안다”
그동안 김양이 창문을 넘어 다니면서 의심을 사지 않은 것도 룸메이트가 밤마다 남자친구 방에 가 있느라 방을 비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열사람이 도둑 하나 못 잡는다”는 말이 있다. 속이려고 들면 속지 않을 재간이 없다. 자녀가 자신을 있는 그대로 편안히 드러내 보일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부모 앞에서도 편할 수 없다면 그 아이들은 어디로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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