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값 오르고 질좋은 고기는 부족
쇠고기 값이 오른다.
지난 두어달 동안 쇠고기 생산 원가와 수요 증가로 가격은 크게 오르는 반면 질좋은 고기의 공급은 크게 줄어 소비자들이 앞으로 두어주 안으로 식당에서나 마켓에서나 그 결과를 목격할 전망이다.
“쇠고기 값이 치솟고 있고 ‘프라임’과 ‘초이스’ 등급 정육은 수요를 채우기에 충분치 않다”고 뉴욕 브롱크스 헌츠 포인트 마켓의 도매상 리차드 로마노프는 말했다.
도살·운송·정육 비용 30% 껑충, 2∼3주내 식당·마켓 가격 오를듯
사육비용 늘자 마블링 생기지도 않은 어린 소 도축… 프라임급 급감
우선 도살할 비육우 가격이 2006년 4월에 파운드당 83센트이던 것이 지난 달에는 98센트로 크게 올랐다. 도살 후 운송및 정육 등 잘 다듬어진 스테이크 고기를 얻기 위해 식당이 지불해야 할 비용도 30% 쯤 더 많이 들게 됐다고 애틀랜타에서 정육 도매상을 하는 밥 마크는 말한다.
바로 지난 번에 쇠고기 값이 이번처럼 올랐던 것은 2003년 말인데 당시는 2004년 초에 곧 값이 뚝 떨어졌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고 더 오래 고가행진이 지속될 것으로 육류업계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연방농무부 산하 경제연구소의 소매점과 식당 전문 경제학자 에프레임 라이브택도 “쇠고기 값이 조만간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이번 쇠고기 가격 인상 요인들 중 다수는 고기의 품질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에타놀 수요 증가와 사나운 겨울 날씨 때문에 옥수수 값이 지난 이삼개월 사이에 60% 가량 올랐는데 농부들이 옥수수를 더 많이 심고 있기는 하지만 그 가격은 조만간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렇게 사료값과 운송용 연료비가 오르자 목축업자들은 추가 지출 삭감 및 조기 투자회수를 위해 아직 나이도 어리고 살도 덜 오른 소를 잡기 시작했다. 우육은 120일 내지 140일을 키워서 잡아야 하는데 60일 내지 90일로 단축시키고 있는 것. 고기에 마블링이 채 생기지도 않은 작은 소를 잡으니까 품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고기의 질이 떨어진 또 다른 이유로 맨해턴의 로버츠 스테이크하우스 주방장 아담 페리 랑은 옥수수 대신에 더 값이 싼 밀과 콩을 소에게 줘서 고기의 맛과 마블링이 떨어진 것이라고 말한다.
도매상들 중에는 이제까지 쇠고기 중 제일 마블링이 잘 됐고, 야들야달하고 맛이 좋아 최고로 꼽히는 프라임급은 전체 쇠고기 중 2% 정도였으니 앞으로 0.5% 정도로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도 있다. 프라임의 다음 등급인 초이스의 공급 역시 줄었다.
따라서 식당들이 프라임 등급 고기를 쓴다고 말하더라도 사실은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스테이크가 깊은 맛이 덜하고 너무 질기면 초이스 등급 고기일 수도 있다. 만일 메뉴에 등급 표시가 없다면 그것은 초이스로 봐도 된다.
프라임급 쇠고기 부족으로 뉴욕 브루클린의 피터 루거 스테이크 하우스는 쇠고기 값이 치솟았던 2003년에 했던 것처럼 예약을 덜 받고 매일 식당 문을 일찍 닫으며 단체 손님도 덜 받는다. 주인 매릴린 스피에라는 “2003년보다 좋은 고기 구하기가 더 힘들다”고 말했다.
그런데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우선 스테이크 식당의 숫자가 매년 늘고 있다. 2007년도 자갓 서베이에 따르면 뉴욕 시내 스테이크 집은 80개로 1년 전에 비해 10% 정도 증가했다. 아울러 광우병에 대한 우려 때문에 지난 삼사년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해온 일본과 한국도 이제 수입 재개를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도 스테이크 전문 식당들은 아직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손님을 잃을까봐 울며 겨자먹기로 관망하고 있는 식당들이 대부분이다. 팜 스테이크하우스 체인은 스테이크 값을 2달러 올리는 대신 사이드 디쉬의 가격을 50% 인상해 고기값에서 나는 손실을 보충하고 있다.
수퍼마켓에서 고기를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초이스 등급을 사는데 연방농무부에 따르면 일반 소비자들도 곧 가격 인상과 공급 제한의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지난 3월 수퍼마켓의 초이스 등급 쇠고기 소매가격 또한 1년 전에 비해 전반적으로 2%가 인상됐다.
그런데도 정육업계 사람들은 더 큰 가격 인상을 기대하고 있다. “수퍼마켓들은 가격을 올리는 대신 먼저 특별 가격에 제공하는 세일을 덜 자주, 할인폭도 줄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연방농무부의 라이브택은 말했다.
프라임과 초이스 등급 고기를 판매하는 ‘페어웨이 마케츠’의 육류 구매인인 레이 베네지아는 고객중 일부는 이미 플랭크나 스커트 스테이크등 덜 고급스런 부위로 전환하고 있지만 스커트 스테이크 역시 값이 올랐다고 말한다. 2년 전만해도 파운드에 3달러99센트였는데 지금은 6달러99센트가 넘는다는 것이다.
처음엔 파히타 용으로 인기를 얻었던 스커트 스테이크는 요즘 스테이크용으로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집에서 구워 먹는 고기로도 인기가 높다. 행거 스테이크, 플랫 아이언 스테이크들도 식당 메뉴로, 가정용으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뉴욕타임스 특약-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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