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래 5년 만의 단독 콘서트 연출 맡아
나이트클럽서 배운 노하우, 공연에 집중투하
오늘은 가수로서의 대면이 아니다. 공연 연출자 싸이(본명 박재상ㆍ30)는 어느 때보다 많은 걸 얘기하고 싶어했다. 그는 윤미래(26)가 6월15일 오후 8시, 16일 오후 7시 서울 광진구 멜론 악스(AX)홀에서 여는 단독 콘서트 ‘윤미래와 타샤’의 총 연출을 맡는다.
이 공연은 싸이의 음반 및 공연기획사인 PSY엔터테인먼트가 이소라 공연에 이어 제작하는 두 번째 작품으로, 싸이가 본인이 아닌 다른 가수의 콘서트 연출을 맡기는 처음이다.
싸이는 윤미래에게서 ‘지킬 박사와 하이드’ 같은 ‘극과 극’의 모습에 영감을 얻었다. 호소력 있는 R&B 싱어와 리드미컬하고 쫀득한 래핑이 돋보이는 힙합 가수. ‘윤미래와 타샤’를 앞으로 공연계의 명품 브랜드로 정착시킬 복안이다.
평소 윤미래가 속한 힙합크루인 무브먼트 가수들과 친해서 자연스레 공연 연출을 맡게 됐어요. 수줍음 많은 친구가 무대 위에서 폭발적인 에너지를 내는 데 끌렸죠. 또 ‘시간이 흐른 뒤’ ‘하루 하루’처럼 추억의 히트곡이 많아 놀랐어요.
싸이는 윤미래의 장점으로 ‘라이브’를 첫손에 꼽았다. 음반을 들었을 때와 실제가 같거나 실제가 더 훌륭한 몇 안되는 가수라는 게 싸이의 설명. 윤미래는 음반 작업 때도 마디마디 끊어 녹음하는 게 아니라 한번에 완곡을 부르려 하는 데다, ‘플랫(b)’된 음정을 맞추기 위한 컴퓨터 작업도 거의 하지 않는 걸로 유명하다.
그는 윤미래 같은 실력파 가수들이 처한 안타까운 현실을 단적으로 표현했다.
20~30대를 타깃으로 한 가수들이 새 음반을 홍보하는 툴(Tool)은 이제 공연밖에 없어요. 몇 안되는 가요 프로그램은 10대 스타를 위주로 하잖아요. 아예 신인이 아니라면 공연을 통해 팬들과 만날 수밖에 없죠. 앞으론 음반 내고 콘서트를 하는 게 아니라 콘서트를 위해 음반을 발매하는 시절이 올 거예요.
가수가 가수의 공연을 연출하는 만큼, 역할에 대한 경계도 분명하다. 싸이에 따르면 보통 가수들은 머리 속에 자신만의 공연 설계도를 갖고 있다는 것. 연출자는 외딴 섬 고아를 입신양명(立身揚名)시키는 게 아니라 가수가 그린 그림을 하드웨어로 구체화시키는 작업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다년간 ‘공연 티켓 세일즈가 되는 가수’로 꼽혀온 싸이는 윤미래의 공연에 그간의 노하우를 쏟아부을 작정이다. 공연은 놀이문화가 없는 한국 음악 팬들의 탈출구이자 비상통로라는 데서 출발한다. 술에 술을 타먹고, 고추를 고추장에 찍어먹는 민족인 만큼, 무조건 재미있게 무턱대고 화끈해야 한다는 지론이다. 이에 그는 큐시트를 짤 때, 젊은 시절 놀이터였던 유흥업소에서 배운 ‘나이트클럽 이론’을 적재적소에 적용한다.
나이트에서 25분 댄스 타임, 5분 블루스 타임은 대중의 심리를 잘 아는 경영 노하우죠. 음악을 잘 트는 바 사장님에게서도 한수 배웁니다. 밤 10~11시엔 손님들이 서로 서먹하니 그냥 술을 먹도록 음악을 크게 튼대요. 그러다 어느 정도 대화가 트일 때쯤인 밤 11~12시엔 소리를 줄인대요. 공연 때도 이런 마인드죠.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심리를 파악해 흥분시킬까….
그는 인터뷰 말미, 한마디 여담(餘談)으로 윤미래를 또 한번 치켜세웠다.
가수가 공연 개런티를 많이 받으면 프로덕션이 싸져요. 공연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소리죠. 무대에 못을 박더라도 쓰던 못을 박게 되요. 전 가수 대 가수로 (윤)미래에게 명세표를 보여주고 시작했어요. 미래가 개런티를 적게 받고 무대에 많이 써달라고 하더군요. 이런 가수, 요즘 잘 없어요.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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