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의 한 교외지역에 사는 주부는 얼마 전 황당한 일을 당했다. 가족들이 저녁식사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찾아왔다. 문을 열어보니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의 같은 반 친구 엄마였다. “학교일로 의논할 게 있나?” 하고 반갑게 맞았는데 손님의 표정이 영 말이 아니었다.
그 백인여성이 다짜고짜로 쏟아낸 말의 요지는 “당신 아들이 우리 아이를 따돌리는 데 한번 만 더 그런 일이 있으면 학교 측에 말해서 처벌을 받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너무 갑작스런 일이라 그 주부는 내용도 모르고 어안이 벙벙한 채 분풀이를 당하고 말았다.
그 여성이 분통을 터트리고 간 후 아이에게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그럴 만한 빌미가 있긴 있었다. 그 블록에는 같은 학년 남자아이들이 여럿 있어서 같이 보이스카웃도 하고 야구도 하며 똘똘 뭉쳐 다니는데 문제의 그 아이가 그 그룹에 끼고 싶어 했지만 아이들이 받아주지를 않은 모양이었다.
아들이 집에 와서 울면서 털어놓자 열 받은 그 엄마가 그날 저녁 ‘못된 녀석들’ 집을 일일이 다 찾아다닌 것이었다. 대부분은 영문을 몰라서 일방적으로 당했지만 개중에는 몇 마디 항의하다가 큰 싸움 날 뻔한 케이스도 있었다고 한다. 아이싸움이 어른싸움 되는 것이다.
평소에는 점잖다가 ‘아이’ 문제만 개입되면 딴 사람이 되는 경우들이 있다. 정신적 퇴행현상이다. 성인이 어린아이와 다른 점은 이성적 사고이다. 아이 때는 감정에 따라 행동하지만 어른이 되면 전두엽의 발달로 이성에 따라 행동을 하게 된다.
그런데 어느 순간 어른이 정신적 유아기로 돌아가서 이성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감정에 휘둘리는 경우들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가 자녀가 상처를 입은 경우이다. 상처의 정도에 따라서 부모는 눈이 뒤집히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아이들 운동 경기장이 심심찮게 부모들의 싸움장이 된다. 과격한 플레이로 아이가 다치기라도 하면 그 부모가 상대 팀 선수를 나무라다가 부모싸움이 되기도 하고, 심판의 판정이 불공평하다고 아버지가 대들다가 육탄전으로 발전하기도 하며, 선발팀에 자기 아이를 뽑아주지 않았다고 코치에게 항의하다가 싸움이 되기도 한다.
아이들 운동경기 중 아버지들 끼리 싸움이 붙어서 사람이 죽은 적도 있다. 2000년 매서추세츠에서 발생한 ‘하키 아빠’ 사건이다. 아이들 연습 경기 중 의견충돌이 있던 두 아빠가 감정이 격해져 복도에 나가 너무 심하게 치고받다가 한사람이 사망한 케이스였다.
아이가 밖에서 맞고 들어오면 상대방 아이의 집에 찾아가서 몇 마디 하다가 부모 싸움이 되는 경우는 부지기수이다.
아이들 일에 다 큰 어른인 부모들이 이렇게 흥분하는 이유는 첫째, 보호본능 둘째, 자존감이다. 부모는 아이가 다치면 내가 다친 것보다 더 아픈 법이다. 내가 보호해야 할 대상이 다친데 대한 자책감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부모에게 자식은 남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다. 그래서 아이가 정신적 육체적 상처를 입으면 그건 바로 자신의 자존심의 문제라고 느끼는 것이다.
“누가 감히 내 자식을 때려!”하며 흥분한 재벌 2세가 요즘 한국에서 영화보다 더 흥미진진한 뉴스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정신적 퇴행현상이 비정상적으로 과했던 케이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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