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욕심에 아이 인생이 허공에 벙 뜨는 경우를 보았어요. 자녀 뒷바라지 하면서 부모들은‘희생 한다’고 하지만 오히려 아이의 인생이 희생되는 케이스들이지요”
수년전 아들을 골프 특기생으로 키웠던 한 주부의 경험담이다. 그의 아들은 지금 골프와는 상관없이 명문 대학에 들어가 프리 메드 코스를 밟고 있지만 10살 전후부터 몇 년간 상도 많이 타며 열심히 골프대회를 쫓아 다녔었다.
한인부모들 사이에서 자녀들에게 스포츠 과외 시키는 게 붐이라고 한다. 명문 사립대학의 문턱이 높아지자 체육 특기생이라는 신분으로 높은 벽을 뛰어 넘어보겠다는 작전이다. 축구, 골프, 수영 등 운동선수로 실력을 인정받으면 대학 입학은 물론 유리하다. 하지만 자녀를 골프장으로, 축구장으로 데리고 다니기 전에 먼저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무슨 분야이든 성공해서 스포트라이트 받는 사람은 극소수이고 그 이면에는 그렇지 못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한인 학생들 사이에서 스포츠 붐이 인 것은 지난 90년대 부터였다. 박찬호 선수, 박세리 선수가 미국 프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동네마다 야구 붐, 골프 붐이 불었다. 골프는 한인부모들이 특히 선호하는 종목. 자녀를 타이거 우즈 만들 꿈에 시간과 돈을 물 붓듯 쏟아 부은 부모들이 부지기수이다. 아이가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면 레슨비, 각종 대회 출전 경비 등으로 연간 3-4만 달러는 족히 든다. 아울러 부모 중 한사람은 풀타임으로 아이 매니저 역할을 해야 한다. 이 와중에서 가장 희생되는 것은 다른 형제들. ‘선수’에게 돈이며 시간을 우선적으로 투자하다 보니 다른 자녀들은 본의 아니게 의붓자식처럼 되고 만다.
이래저래 고된 일인데도 계속 하는 것은 “상이 쥐약이기 때문”이다. 앞의 주부의 말이다.
“아이가 대회에 나가서 상 한번 타면 그간의 고생이며 스트레스는 씻은 듯이 잊혀져요. 일종의 중독이에요. 마약 중독 걸린 듯이 자꾸 다음 대회, 다음 대회 하며 매달리게 되지요”
그가 그렇게 몇 년 아이를 골프 특기생으로 키우다가 그만둔 이유는 “공부는 아예 접고 골프에만 매달리는 아이들을 따라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가 골프만 잘 치면 다 되는 줄 아는 한인부모들이 있어요. 대학 안 가도 프로로 나서면 그만이라는 생각인데 그건 미국 실정을 너무 모르는 것이지요”
부모 손에 이끌려 어려서부터 골프장에서 골프만 치다 보니 성적이 안 돼서 대학에 못 가고, 그렇다고 프로 진출은 하늘의 별따기이고, 이래저래 몇 년 허송세월 하다 보니 인생이 공중에 붕 떠버린 청년들을 여럿 보았다고 그는 말한다.
체육 특기생도 좋고, 프로 선수도 좋지만 기본 원칙은 있다. 아이의 학교생활이 우선이고, 아이가 스스로 하고 싶어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혹시라도 부모 욕심이 앞서면 아이 장래에 득보다 해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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