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둑 루이트 박사는 네팔 깡촌 출신이다. 가난한 마을에서 자라났으면서도 인도 델리의 전인도 의대에서 안과 전문의 과정을 마쳤으며 네덜란드와 호주, 미 존스 홉킨스 등 유명 대학에서 공부하며 알아주는 안과 의사가 됐다. “고칠 수 있는데도 시력을 잃은 모든 인간은 이를 회복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 그는 ‘네팔 눈 프로젝트’를 통해 히말라야 일대의 시력 장애자를 무료로 고쳐주다 이제는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눈 먼 자를 보게 만들고 있다.
그 루이트 박사가 최근 북한에 다녀왔다. 간단한 수술로 시력을 회복할 수 있는 백내장 환자 1,000명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서다. 그는 단지 환자 치료에 그치지 않고 북한 의사들에게 이 질병을 고칠 수 있는 기술까지 전수해줬다. 그의 선행은 그 수행원을 가장해 함께 북한에 잠입한 내셔널 지오그래픽 취재팀에 의해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됐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은 이 달 초 ‘몰카’로 찍은 1시간짜리 ‘북한 내부’(Inside North Korea) 특집을 내보냈다. 일반 취재진이 접근하기 어려운 북한 주민들의 실상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DVD도 나와 있다.
북한에는 의외로 첨단 의료 장비들이 있다. 그러나 무용지물이다. 구호 단체에서 장비만 기증했지 사용법을 가르쳐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력 사정도 여의치 않아 쓸 줄 알아도 쓰지 못하는 형편이다. 루이트 박사는 아예 발전기까지 가지고 들어가 사용법을 일러줬다.
이 프로가 분명히 보여주는 것은 한국 정부의 햇볕 정책에도 불구, 북한 주민들의 생각이 얼마나 변하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다. 아침에 한 여성이 딸 아이 손을 잡고 정답게 노래를 부르며 학교로 간다. 그런데 그 노래 내용이 가관이다. “못된 미국 놈들 무릎 꿇려 혼을 내주자...”
내셔널 지오그래픽 취재원이 어마어마하게 큰 김일성 동상을 카메라에 모두 담기 위해 그 앞에 드러눕자 감시 요원이 즉시 다가와 “장군님한테 무례를 범했으니 당신은 내일 당장 추방”이라고 위협한다. 그는 간신히 추방은 면했다.
루이트 박사가 1,000명 개안 수술을 마치고 붕대를 푸는 날 시력을 회복한 환자들은 하나 같이 김정일 사진 앞에서 큰절을 하며 장군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충성 맹세를 한다.
지난 10년간 이어진 햇볕정책은 북한 압제의 외투를 벗기기보다는 한국인들이 북한 인권의 실상을 못 보게 하는데 성공했다. 헌법상 엄연히 한국 국민인 북한 주민 20만 명이 지금도 강제 수용소에서 신음하고 있는데 아무도 이를 거론조차 하지 않는다. ‘북한 내부’는 북한 인권 운동가 노베르트 폴러첸, 강제 수용소 경비를 서다 탈출한 탈북자 인터뷰를 통해 북한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전하고 있다.
밖에 나가 엉뚱한 소리를 잘 하는 것으로 소문난 노무현 대통령은 이번에는 느닷없이 “한국에는 친북 세력도 친미 세력도 있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마치 북한과 미국을 등가로 보는 듯한 태도다. 한국 역사와 현실 인식이 잘못돼도 한참 잘못돼 있다. 진정 개안 수술이 필요한 것은 북한이 아니라 남한 사람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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