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레코딩 엔지니어 주성훈 씨
영국 밴드 핑크 플로이드의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Dark Side of the Moon)-. 그 앨범이 서울 어느 평범한 고교생(주성훈, 사진)의 인생항로를 확 바꿔놓았다. 그냥 음악에만 미치면 될 것을, 남다른 귀를 가진 것이 탈이라면 탈이었다. 호기심 많은 고교생은 감동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누구일까, 저 뛰어난 공간감, 악기들의 저 황홀한 분리도, 그리고 저 선명도는…. 생뚱맞게도 당연하게도, 그는 그 앨범 녹음자가 누구인지 를 찾아나섰다. 금방 알아냈다. 그리고 꿈꿨다. 나도 앨런 파슨스 같은 레코딩 엔지니어가 될거야.
넘어야 할 산은 부모였다. 남들과 분명히 다른 그에게 “남들처럼 공부나 하지 딴따라는 무슨 딴따라냐”며 만류가 보통 아니었다. 한국 내 대학에 레코딩 엔지니어링을 공부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것 또한 장애였다.
그래서 그는 별수없이 전자공학도가 됐다. “언젠가는…” 하면서 레코딩 엔지니어링 언저리에 기웃거릴 수 있는 절충적 선택이었다. 밴드를 결성해 연주를 했다. 그 소리를 내보려고 애썼다. 날 듯 날 듯 그 소리는 나지 않았다. 그럴수록 꿈은 더욱 뭉쳐졌다. 선율이 아니라 소리 자체를 위한 밴드실험은 계속됐다. ‘미래의 공부’에 쓸 만하다 싶어 사모은 CD만 해도 1,000장에 가까웠다.
한바탕 돌개바람이려니 했던 부모는 군 복무를 마치고도 레코딩 노래를 부르는 아들의 집념에 결국 두 손을 들었다. 2001년 미국 유학. 미들 테네시 스테이트 유니버시티에서 5년동안 죽자사자 매달렸다. 영어도 서툴고 문화도 서툴었지만 신바람 공부의 장애가 될 수는 없었다. 매학기 최고작품을 뽑는 리스닝나잇(Listening Night)에서 외국인 학생으로는 드물게 2차례나 입상했다. 졸업 뒤 버클리 소재 스카이라인 스튜디오스(Skylinestudios)에서 인턴으로 일하게 되면서 특급 프로듀서 겸 엔지니어 마이클 로젠(Mchael Rosen)과 함께 SANTANA, TESLA, RANCID, TESTAMENT, JOE SATRIANI 등의 앨범작업을 같이 했다. 특히 텔사의 기타리스트 Dave Rude 를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누고 그의 연주를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었던 것, 세계최고권위 그레미 어워드에서 2006년 최고의 합창단 후보중 하나로 선정된 Pacific Mozart Ensemble의 목소리를 직접 녹음할 수 있었던 일들을 “최고의 기억”으로 간직하게 됐다.
꿈꾸는 레코딩 엔지니어 주성훈 씨. 거의 무보수 인턴생활에도 자신의 능력이 요긴한 한인사회 행사에서 자원봉사를 하기도 한 그의 눈은 이제 또다른 꿈의 무대 뉴욕으로 향해 있다.
“그곳에 가서 재즈와 뮤지컬을 녹음하고 궁극적으로는 훌륭한 믹싱 엔지니어가 되는게 꿈입니다. 뉴욕의 유명한 재즈 전문 믹싱 엔지니어인 Ray Bardani 처럼 되는게 꿈입니다...언제나 간결하고 깨끗하면서도 풍성한 그러면서도 사람의 영혼을 휘어잡는 그러한 사운드를…”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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