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주는 그다지 한인들이 많이 사는 곳은 아니다. 그럼에도 진기한 기록을 갖고 있다. 한인 시의원들이 가장 많이 배출된 곳이란 점이다. 시애틀을 비롯 인근 소도시인 페더럴웨이, 쇼어라인 등지에서 출마했다 당선된 전현직 시의원이 마사 최, 박영민, 신디 유, 이승영씨 등 4명이나 된다.
이 중 마사 최씨만 빼고 나머지는 모두 1세들이란 점도 특이하다. 직업도 세탁업, 보험, 모텔 등 전문직이라기보다는 스몰 비즈니스 소유주들이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영어를 잘 한다는 점이다. 영어를 무기로 지역 사회에 파고들어 주민들과 밀착할 수 있었던 것이 이들 당선의 가장 큰 힘이었다는 것이 지역 관계자들 이야기다. 전체 유권자 중 한인 비율이 극소수인 이곳에서 한인 표에 의지했더라면 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으리라.
2004년 어바인에서 동시 출마해 동반 당선된 최석호·강석희씨의 공통점도 영어를 잘 한다는 점이다. 최씨는 교육위원으로 활동하며 지명도가 어느 정도 있었지만 어바인이 신천지나 다름없던 강씨의 당선에는 미국 사람 뺨치는 그의 영어 실력이 상당히 작용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남가주에서 한인 유권자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의 하나로 꼽히는 곳이 세리토스다. 한인 유권자 표만 다 모아도 당선권에 들 수 있다는 계산 하에 지난 20년 가까이 여러 사람이 도전했으나 최근까지 성공하지 못했다. 한인 표를 지나치게 의식한 것이 오히려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그 세리토스에서 드디어 한인 시의원이 탄생했다. 2003년, 2005년 연거푸 고배를 마신 조재길 후보가 6일 선거에서 아슬아슬하게 3위로 당선된 것이다. 지지자 사진 속에 터번을 두른 인도인 모습이 눈길을 끈다. 이번 조씨의 당선은 두 번의 패배를 교훈 삼아 지지 기반을 넓힌 집념의 산물이다.
미국에서 시의원은 지역 주민을 위한 봉사직이지만 실생활과 밀접한 문제를 다루고 장차 더 높은 자리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그러나 언어와 문화가 다른 미국에서 이민 1세가 정치판에 뛰어들어 성공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본토 출신보다 몇 배의 노력을 필요로 한다. 일부에서는 조씨의 영어를 문제 삼아 그가 과연 효과적인 의정 활동을 펼 수 있을까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에서 액센트가 섞인 영어를 한다고 해 정치를 하지 못하던 시대는 지났다. 메시지가 있고 지역 주민들을 위해 진정으로 열심히 일한다는 모습만 보여주면 인정받을 수 있다. 조 후보의 당선을 축하하며 그가 훌륭한 의정 활동을 펼쳐 주위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은 물론 그의 당선이 제2, 제3의 한인 시의원이 배출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