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서양 각국 중 기독교가 가장 왕성한 나라다. 기독교의 본 고장인 유럽에서는 교회와 성당이 텅텅 비기 시작한 지 오래 됐지만 아직까지 미국에서만은 활기를 띄고 있고 사회적 영향력도 상당하다.
흥미로운 것은 그런 나라의 수정 헌법 제1조의 첫마디가 ‘국교의 설립을 금한다’이다. 미국 건국 당시 절대 다수가 기독교인이었던 나라의 지도자들이 어째서 이런 조항을 헌법에다 넣었던 것일까.
미 ‘건국의 아버지’들은 종교가 정치에 관여했을 때 어떤 사태가 벌어지는가를 유럽 역사를 통해 잘 알고 있었다. 1517년 마틴 루터의 종교 개혁 이후 한 나라의 종교를 개신교로 할 것이냐 가톨릭으로 할 것이냐를 놓고 기독교인끼리 흘린 피가 모든 이교도와의 전쟁에서 흘린 피보다 많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것이다.
인간의 “자유와 생명, 행복 추구권”을 확보하기 위해 신대륙에 세운 이 나라에서 이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특정 종파가 권력을 장악하는 것을 막고 서로 다른 종교적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평화적으로 공존하도록 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꿰뚫어 본 것이다.
이들의 이런 탁견 덕택에 미국은 지난 200여 년 간 유럽을 폐허로 만들었던 종교 전쟁을 한 번도 치르지 않고 여러 종파들이 지구상 어느 나라보다 사이좋게 지내왔다.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한 후에도 부시 대통령은 일부 극렬 회교도를 평화를 사랑하는 미국내 대다수 회교도와 구별하고 이들을 감싸 안았으며 이런 노력에 힘입어 미국내 회교도들에 대한 보복테러는 기우로 끝나고 말았다.
입법, 행정, 사법부를 포함하는 연방 정부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종교가 정부나 각급 공립학교에 직접 발을 디디는 것을 막으려고 애쓰는 것도 국민을 대표하는 정부가 특정 종교를 편애하는 인상을 줄 경우 그로 인한 부작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국민들도 대체로 이런 취지를 이해하고 있다. 기독교 정치 단체들이 한 때 위세를 떨치는 것 같다가도 오래 가지 못하는 것도 그런 분위기 탓이다. 제리 폴웰을 간판으로 1979년 발족한 ‘모럴 머조리티’는 한 때 레이건 당선에 공을 세우는 등 기세를 떨쳤으나 1989년 공식 해산했고 그 뒤를 이어 태어난 ‘크리스천 코울리션’도 한 때는 120만 명의 회원을 자랑할 정도로 번창했으나 이제는 워싱턴에 자택 근무하는 직원 하나만 남아 있을 정도로 유명무실해졌다.
요즘 LA 한인 사회 원로 목사가 한국 대선 후보의 후원자 역할을 자처하고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투표권이 없는 한인으로서는 후원회를 만들어 봤자 현실적으로 결국은 돈을 거둬 가져다주는 것밖에는 할 일이 없다. 또 그 목사 교인들 중에는 목사와 정치적 견해를 달리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아무리 개인적 친분 때문이라 하나 이래저래 모양새가 좋지 않아 보인다. 지금이라도 그만 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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