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사만 된다면 그 이상 좋은 일은 없지요”
민주 평통 LA협의회가 미주 한인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한다는 뉴스가 보도되자 60대, 70대 실향민들이 반색을 하며 보인 반응이다.
특히 나이가 7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이제는 시간이 많지 않다”싶던 노인들은 이번 소식에 희망을 다시 부여잡는 심정이다. 당장 큰 기대를 걸 수 없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죽기 전에 고향의 가족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하는 희망이 솟는 것을 어쩔 수가 없다.
LA 평통은 오는 4월말 단체로 북한을 방문하면서 미주 이산가족 15명을 동행하기로 북측과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한국에서는 소규모로 나마 남북의 이산가족 만남이 꾸준히 이어져왔지만 해외 거주 동포들에게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안타까움이 컸다.
그렇다고 미주 한인들은 전혀 북한의 가족들을 못 만났느냐 하면 그것은 아니다. 북측 당국과 연줄 있는 미주 내 친북 기관들을 통해 북한을 방문하고 가족들을 만난 사람들이 상당수가 된다. 하지만 공식적인 가족 상봉이 아니다 보니 미주에서 찾아간 가족들이 겪는 애로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북한 방문 경험이 있는 이산가족들이 말하는 애로는 우선‘돈’이다. 2차례 이북의 가족들을 만나고 온 남가주의 한 한인은 “한번 갔다 오는데 적어도 2-3만 달러는 든다”고 귀띔한다. 돈 없으면 엄두도 못 낸다는 것이다. 방북 알선 단체와 만나 서류수속을 부탁하면서 당장 건네는 돈이 3,000달러 선. 반드시 현금이어야 한다.
“그 돈이 어디에 쓰이는 지 그런 건 물어볼 분위기가 아닙니다. 그냥 일행으로 데려가주기만 하면 고마워해야 하는 입장이지요. 그래서 책임자에게 밥도 사고, 선물도 주는 게 보통입니다”
그리고 나면 대개 한달 쯤 후 북경으로 출발하고, 거기서 며칠 체류하며 북한 비자를 받아 평양으로 들어가는 데 그동안의 경비며 비행기 값 등은 모두 별도 부담이다.
물가 싼 북한에 일단 도착하면 돈들 일이 없을 것 같지만 그게 아니다. 외국 방문객들에게는 전혀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호텔 스카이라운지에서 몇 사람 저녁 식사하면 수백 달러는 쉽게 나온다. 게다가 안내원들이며 담당자들에게 수시로 감사 표시를 해야 하고, 못 사는 가족들에게 목돈이라도 남겨 주고 오려면 “돈을 물 쓰듯 해야 한다”고 한 방문자는 전했다.
돈 문제 못지않은 애로는 마음고생. 방북서류 제출하고, 북경에서 무사히 비자를 받아 북한 땅에 들어간다고 해서 가족 상봉이 보장되는 것도 없다. 언제 어디서 가족을 만날 수 있다고 미리 일정표가 나오는 게 아니어서 만날 날까지 애를 태우며 기다리는 게 보통이다.
몇 년 전 북한에 갔던 한 방문자는 “열흘 쯤 체류했는데 마지막 날 공항 가는 길에 잠깐 가족 얼굴을 볼 수 있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래도, 그렇게 나마 가족을 만나고 그들이 무사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면 그간의 고생이 눈 녹듯 녹는다고 모두들 입을 모은다.
고향의 가족들을 못 만나 가슴에 한을 안고 세상을 떠나는 노인들이 더 이상은 없어야 하겠다. 평통이 이번에는 뭔가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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