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폭력배 엽기만행 희생자 박00씨 아버지 ‘애끓는 부정’
13일 부검완료, 14일 추모예배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다. 떨어져 있어 늘 마음에 걸리면서도 말썽 한번 부리지 않고 공부도 열심히 해 UC버클리로 전학을 앞두고 있는 아들이었던 터라 그 끔찍한 소식을 듣고 서울에서 샌프란시스코로 부랴부랴 날아오는 동안에도 꿈이려니 했다. 아무리 불러도 움쩍 않고 누워만 있는 아들을 보면서도, 가망이 없다고 고개를 흔드는 의료진의 말을 몇번이나 들으면서도, 아버지는 그 모든 것이 환상이라고 믿고 싶었다.
지난 3일 새벽, 모처럼 바람 쐬러 나갔다가 같은 나이 또래 한인불량배들의 만행을 뜯어말리다 둔기로 뒷머리를 얻어맞고 절명한 한인대학생 박00씨의 아버지는 그러나 의외로 담담했다. 기다리다 기다리다 못해 결국 1주일여만에 병원측의 권유를 받아들여 사망처리 절차를 밟고 아들의 시신을 검시국에 넘겨준 다음날인 12일 오후, 오클랜드 모처에서 만난 아버지는 엽기만행을 저지른 범인들에 대한 분노보다는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점을 몇번이고 강조했다.
“이런 일은 내 아들이 마지막 희생자가 되어야 합니다.”
이석찬 SF한인회장과 모언론사 K사장 등 가족을 위로하고 유사사건 재발방지를 위한 한인사회 대책강구 등을 위해 자리를 함께한 이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는 목소리를 가라앉힌 채 말을 이었다.
“아니할 말로 살다보면, 한잔 하다보면 시비가 붙을 수도 있고 그러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냥 넘어져서 불행을 당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젭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한참 뜸을 들이다 이어진 아버지의 말은, 그리고 곁에 있던 아버지의 친구 K씨가 보충한 말은, 가해자들이 전후에 보인 “도무지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만행”을 지탄하는 것이었다. 경찰측이 피해자 진술을 통해 재구성한 가해자들의 행각은 가히 엽기적이었다. SF 다운타운의 나이트클럽에서 나와 주차장으로 향하던 가해자들(13-15명)은 박씨 일행을 보고 공연히 시비를 걸더니 일행 중 가장 체구가 작은 P씨의 양 팔을 남자 두셋이 뒤로 꺾어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여자 둘이서 폭행하도록 사주했다.
의협심이 강한 박씨가 그러지 말라고 막아서자 가해자들은 박씨를 집단구타하기 시작하더니 둔기로 뒷머리를 때려 쓰러뜨렸다. 쓰러지는 순간 우- 하고 함성까지 질렀다. 박씨의 일행 J씨가 911에 전화해 구조를 요청하는 순간에도 여자 둘이 남아서 초죽음 상태인 박씨를 굴려보는 등 만행을 계속했다. 이들이 마이스페이스닷컴에 우리가 누구를 혼내줬다느니 이겼다느니 자랑까지 했다는 것은 이미 보도된 대로다.
“다 좋다 이겁니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는 있는 겁니다.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됐으면 누구 하나 와서 사죄라도 해야 하는데, 아니 와서 무릎 꿇고 빌면 난들 어떻게 하겠습니까. 죽은 자식을 살려내라고 하겠습니까, 그런다고 살아나겠습니까. 애들은 그렇다쳐도 부모라도 얼굴이라도 비치고…”
간간이 쉬었다 이어지는 아버지의 말은 ‘뭔가 불리하면 일단 숨어버리는’ 우리사회 일각의 비양심을 그대로 들춰내는 것이었다.
한편 숨진 박씨의 시신은 13일 오전 9시부터 2시30분경까지 SF검시국에서 부검을 마치고 가족에게 인계됐다. 추모예배는 14일 오후 3시 이스트베이 오크몬드 장의사에서 열린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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