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US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페어스케이터로 부활
“잃어버린 꿈을 찾아 8년만에 왔어요”
‘비운의 은반요정’ 남나리 페어로 종목바꿔 빙판여왕 재도전
쇼트프로그램서 디펜딩챔피언에 0.44차 2위
오늘 프리스케이트서 역전우승 꿈꿔
<지난 1999년 US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여자싱글에서 환상적인 퍼포먼스로 미셸 콴에 이어 2위를 차지했던 당시 13세 소녀 남나리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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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 내게 세컨드 찬스를 주셨어요. 좋아하는 스케이팅을 다시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큰 축복을 받았습니다.”
한때 미셸 콴의 대를 이을 미국 피겨스케이팅의 희망으로 주목받았으나 불의의 부상으로 인해 올림픽 챔피언과 빙판여왕의 꿈을 접어야 했던 비운의 ‘은반요정’ 남나리(21·미국명 나오미 나리 남)가 페어스케이터로 변신, 정상복귀를 꿈꾸고 있다. 24일 워싱턴주 스포케인의 스포케인 아레나에서 막을 올린 2007 US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페어부문 쇼트프로그램에서 테미스토클레스 레프테리스와 팀을 이뤄 출전한 남나리는 시종 팬들을 열광시킨 환상적인 연기를 펼쳐 62.29점을 얻어 62.73을 받은 2년연속 디펜딩 챔피언 레나 이노우에-잔 볼드윈 조에 0.44차로 바짝 추격하며 2위에 올랐다. 페어부문 미국 챔피언을 결정할 최종결승은 26일 같은 장소에서 벌어지며 남나리 팀은 16개팀중 맨 마지막으로 나서는데 1위와의 격차가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이여서 역전우승 가능성은 충분하다.
악몽같은 부상과 수년간에 걸친 오랜 싸움으로 많은 팬들의 뇌리에서 많이 잊혀졌으나 8년전 남나리는 미국은 물론 세계 피겨스케이팅 최고의 유망주 중 한명이었고 부동의 빙판여왕 미셸 콴의 뒤를 이을 넘버 1 후계자였다. 1999년 US 챔피언십에서 여자부 싱글로 나섰던 당시 13세 소녀 남나리는 5개의 트리플점프를 완벽하게 성공시키는 환상의 퍼포먼스로 콴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하며 단숨에 최고유망주 반열에 올라섰다. 당시 3년 뒤에 열리는 2002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은 남나리를 위한 무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었다.
하지만 솔트레이크올림픽 무대에서 화려한 스타탄생의 꿈은 부상이라는 복병에 발목을 잡히며 제대로 피워보기도 전에 스러지고 말았다. 이듬해인 2000년 7월 엉치뼈 부위에 통증이 찾아오며 그녀의 전도유망했던 커리어는 급제동이 걸렸고 계속된 치료와 휴식에도 불구, 부상이 호전되지 않아 2001년 끝내 수술대에 오르면서 사실상 싱글 피겨스케이터의 꿈을 접어야 했다.
수술이후 남나리는 재기를 꿈꾸면서도 보통 틴에이저로서 삶을 살기위해 노력했다. 고교시절에는 커피 빈 스토어에서 일하기도 했고 새들백 커뮤니티칼리지에 입학해 대학생으로의 삶도 시작했다. 아테시아에 위치한 이스트웨스트 아이스팰러스에서 피겨스케이팅 코치로 어린 선수들을 지도하며 빙판과의 인연을 이어갔다. 하지만 선수로서 도전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았다. 지난 2005년 남나리는 페어부문으로 눈을 돌렸고 인근 롱비치에 살던 레프테리스와 호흡을 맞출 기회를 얻으며 결국 지난해 US챔피언십에서 6년만에 다시 내셔널무대에 복귀, 5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재기 후 두 번째로 나선 이번 내셔널대회에서 남나리팀은 활기넘치는 탱고뮤직에 맞춰 온 관중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완벽한 호흡을 선보였다. 그들의 점수가 발표되자 팬들은 퍼포먼스에 비해 훨씬 점수가 안나왔다며 요란하게 심판들에게 야유를 보내는 등 단연 최고의 호응을 받았다. 인고의 시련을 넘어 이제 새로운 도전의 날개를 펼친 남나리는 오랜 고난을 극복하고 13세‘요정’이 아닌 성숙한 21세‘여왕’으로 새로운 탄생을 눈앞에 두고 있다.
<남나리가 24일 벌어진 쇼트프로그램에서 파트너인 테미스토클레스 레프테리스와 함께 환상적인 연기를 펼치고 있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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