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과 함께 깜짝 깜짝 놀라게 하는 돌출행위로 유명한 노무현 대통령이 새해 들어 임기 마지막 해가 되면서 더욱 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민의 평가를 받는 것을 포기했다고 하고 대다수 국민이 반대하는 헌법 개정을 밀어붙이겠다고 하고 기자들의 취재와 기사 작성에 대해서도 공박하고 있다. 마치 대통령직을 보장하고 있는 법을 방패삼아 정치권과 국민, 언론을 상대로 전방위 전쟁을 펴고 있는 듯하다.
정치권력은 그 쟁취 과정에서 기성의 권력에 도전하여 파괴하려고 하지만 일단 권력을 쟁취하고 나면 새로운 도전을 막아내면서 안정을 추구하는 것이 보편적 현상이다. 그런데 대통령으로서 최고 권력을 가진 후에도 계속 정치판을 뒤흔들고 있는 노 대통령의 경우는 매우 특이한 경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노 대통령의 행태에 대해 정신심리 학자들이 밝힌 견해에서 흥미로운 분석을 발견할 수 있다. 연세대 황상민 교수(심리학)는 “노 대통령에게는 사회적 지위에 대한 자각이 없다. 따라서 그 지위와 걸맞는 역할 개념도 그에겐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 이유로 황 교수는 “인생과 정치적 역정에서 사회화 과정이란 규범의 틀을 거치지 않은 채 홀로 체득한 인물”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최근 잇단 대통령의 격한 발언은 콤플렉스에 젖은 마이너리티(소수)의 심리에서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영상응용연구소의 대표인 심영섭 박사는 노 대통령이 나르시즘적 경향이 있다고 본다. 스스로 모델이 되어 끊임없이 뉴스거리를 생산해 주목을 받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정신신경과 전문의는 노 대통령이 자신감이 강한 반면 타인의 비판에도 예민하여 어느 순간 자기의 확신이 약화되면 남들보다 더 분노하기 쉽고 그 강도도 훨씬 강하다고 보았다.
권력자의 인성이 성장과정에서 형성되고 그 인성에 따라 권력의 형태가 나타난다고 하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이론이다. 일찍이 저명한 정치학자인 해롤드 라스웰은 그의 저서 ‘권력과 인간’(Power and Personality)에서 권력자의 인성이 성장과정의 교육으로 형성되며 그 인성이 권력 행사에서 나타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민주 정치의 리더십을 구현하기 위해서 교육을 통해 민주적 인성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런데 특정한 인성이 정치적 언동으로 나타날 때는 환경적 요소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고려대 현택수 교수(사회학)는 “사회화 과정에서 습득된 막말은 누구든지 무의식중에 내뱉을 수 있다”면서 “그러나 계산된 수사에 능한 정치인이 그 부정적 영향을 예견하면서도 막말을 반복한다면 특정 지지층의 정서를 건드리기 위한 반쯤 계산된 행위라고밖에 볼 수 없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이미 매체를 통해 알려진 이와 같은 노 대통령에 대한 분석을 종합하면 노 대통령은 첫째, 성장과정에서 그런 언행을 하는 사람으로 기본적으로 인성이 형성되었고 둘째, 권력 행사에 대한 좌절감과 임기 말이 가까워오면서 느끼는 절박감으로 이런 언행이 심해지고 있으며 셋째, 레임덕을 최대한 막아보려는 공세적 방어인 동시에 바닥으로 떨어진 지지층을 규합, 확산하려는 계산된 언행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임기 말이 다가올수록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 분명하다. 더 자극적인 말로 반대세력을 몰아붙이고 자기편 세력의 단결력을 높이려고 할 것이다. 레임덕으로 불리하게 굳어지는 정치 판세를 뒤흔들어 자기에게 불리하게 고착되는 형국을 허물어뜨리려고 노력할 것이다. 어차피 대통령으로서 권위를 창조하지 못한 그로서 퇴임 후 발언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강경기조를 이끌어감으로써 골수 충성그룹의 구심점을 확보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앞으로 남은 1년 동안 노대통령이 펼치게 될 파란만장한 언행을 겪어야 하는 사람들은 분명히 불행한 사람들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기영> 뉴욕지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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