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한인회관
예상대로 갔다면 엄청 뜨거운 열풍이 불어닥칠 것이었다. 시작 즈음에는 대개들 손을 맞잡고 선의의 경쟁을 다짐하지만 그건 발표용 제스처에 그치기 십상. 선거란 요물은 늘 그런 다짐이 우습게 막가는 이전투구로 추락하는 게 다반사였다. 이번이라고 아름다운 예외가 되리란 보장은 없었다. 김홍익-이석찬 두 사람의 SF지역 한인회장 선거대결은 또 04년 첫 승부에 이은 리턴매치가 돼, 자칫, 더욱 날카롭고 독기어린 가시가 돋칠 판이었다.
다행히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또 붙는다 아니다 어림말이 무성했던 11월 초 김홍익 현 회장과 이석찬 전 부회장이 직접 만나 승부를 떠난 협력의지를 나누고 사흘뒤 김 회장이 전격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차기(제25대) 한인회장 자리는 볼썽사나운 전투없이 이 전 부회장의 몫이 됐다.
김 회장은 이후 이 차기회장에게 건전재정을 이월해준다는 목표아래 뜻을 같이했던 사람들에게 후원을 부탁하고 다녔다. 김 회장 말마따나 ‘갈참’에 대한 후원치고는 놀랍고도 고마운 손길들이 이어졌다. 최해건 사장, 조종애 권사 등등. 1만5,000여달러에 달하던 적자는 잘하면 5,000달러를 밑돌 모양이다. 밑도는 만큼은 김 회장이 떠안으리란다. 20일 저녁에는 근 2년동안 한인사회에 거의 얼굴을 나타내지 않았던 조상용 SBC사장이 김 회장 등 한인회사람들 예닐곱명을 오클랜드 일식당 간사이로 초청, 그동안 수고했다며 ‘거하게’ 한턱 냈다. 김 회장은 이 또한 “말년 한인회한테 너무 고마운” 만찬이었다고 되레 감사했다. 한편 이 차기회장은 조용한 성품 그대로 조용한 준비에 여념이 없다. 앞으로 2년동안 한인회의 모든 일을 팀제로 운영해 해당사안에 대해서는 회의진행 의사봉까지 그 책임자에게 맡겨 ‘일하는 맛’을 보게 하면서 동시에 ‘일하는 책임’도 지운다는 책임봉사제를 뿌리내린다는 구상이다. 강승구 이사가 이미 제25대 한인회 운영백서 만들기를 위한 자료수집에 들어간 것도 ‘이석찬 뉴플랜’의 연장선이다. 이 차기회장은 또 가급적 내년 가을 한국의날 민속축제 때 ‘몇년동안 유보된 퍼레이드’를 되살린다는 생각으로 구체적 청사진과 재원조달 방법 등에 대해 심층연구토록 예비이사들에게 당부했다고 한다.
SF지역 한인회장 이취임식은 오는 23일 오전 11시 한인회관 강당에서 열린다. 이 차기회장측은 “이제 희망의 새해를 준비해야 할 때”라며 “지난 2년간 수고하신 분들에게는 감사를, 또 앞으로 2년간 봉사하실 분들에게는 격려와 사랑을 주는 자리”에 “부디 참석하시어 자리를 빛내주시고 한해를 마무리하는 깊은 교제를 나누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취임식 참석은 누구에게나 개방된다. 한편 20일 본격 시작된 인수인계 작업은 이르면 22일이나 23일 중 마무리될 전망이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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