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 본즈(42,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미 프로야구(MLB)를 대표하는 강타자 본즈는 현역선수로는 환갑이 훨씬 지났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마흔 두살입니다. 그런데도, 한창 때보다는 못하지만, 여전히 투수들에게, 상대팀들에 공포의 대상입니다. 그가 내년에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유니폼을 입는다는 소식입니다. 이빨 빠진 호랑이라는 비아냥에도 불구하고 그의 내년 연봉은 무려 1,600만달러라고 합니다.
너무 많아 얼마나 많은지 좀체 감잡기 어려운 돈입니다. 그러면 그가 얼마만큼 ‘수고’를 함으로써 그런 뭉칫돈을 받을 수 있을까요. 그가 올해 펼쳐보인 기록(정규리그 총 160게임 중 130에 출전, 367타석 99안타, 26홈런, 74득점, 177타점)을 중심으로 환산하면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그는 타석에 한번 들어서기만 하면 4만3,597달러를 벌어들이는 셈입니다. 웬만한 직장인의 연간 총수입에 맞먹는 금액입니다. 삼진을 먹고 덕아웃으로 돌아가든 안타를 치든 관계없이 말입니다. 또 안타로 환산하면 1안타에 무려 19만1,919달러가 됩니다. 안타가 그정도이니 홈런의 값은 물어보나마나 아니겠습니다. 1홈런에 61만5,384달러입니다.
다이아몬드를 돌아 홈베이스를 안전하게 밟았다(1득점) 하면 21만6,216달러를 벌어들이고, 누상의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타점 하나에 20만7,792달러의 값이 매겨집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자신이 볼을 잘 골라서든, 상대투수가 겁을 먹어서든, 볼넷을 골라 1루로 슬렁슬렁 걸어나가는 데도 13만9,130달러가 되는 셈입니다.
행복하겠다고요? 글쎄요. 없는 사람 입장에선 그 돈을 가지는 건 고사하고 만져보기만 해도 행복하겠지요. 하지만 여러 갈래로 들어오는 뉴스를 훑어보면 본즈는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금지약물을 복용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재판정을 오가는 신세(였)지요. 본즈의 모든 것이랄 수 있는 홈런의 순수성을 크게 의심받고 있으니 속이 편할 리 없지 않겠습니까. 그래선지 기자들을 대할 때면 거의 예외없이 그는 짜증부터 냅니다. 그 이전에 우선 철저하게 피해다니려 한다지요.
또 천하없는 변고가 닥쳐도 변함없어야 할 부인과의 사랑도 계약서에 묻힌 사랑인가 봅니다. 만일 이혼할 경우에 대비해, 아니 그보다는 이혼할 때 위자료를 심하게 뜯길(?) 경우에 대비해 결혼할 때 이미 이혼조건을 명시했다는 것 아닙니까. 하긴 돈 많은 사람들이 주로 그런다지요. 어쨌든 그런 사이에 지고지순한 사랑이 어디 있겠습니까. 아닌 게 아니라 나눠가질 것이라곤 쥐뿔도 없는 주제에 위자료 아까워 이혼하기 전에 그 알량한 재산을 미리 쪼개놓고 빼돌리고 한다는 사람들 얘기도 들었습니다만.
본즈에게 마음의 행복을 갉아먹는 요소는 그밖에도 수두룩합니다. 그중 제일은 아마도 ‘돈값을 하라’는 남들의 주문, 스스로의 자책일 것입니다. 본즈 이전에 시즌홈런왕이었던 마크 매과이어 선수는 그 괴로움 때문에 그냥 유니폼만 입고 있어도 보장되는 연봉 3,000만달러를 포기하고 은퇴했지요. 그때 그는 “나는 대우에 걸맞은 성적을 내지 못해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은퇴의 변을 내놓으며 “그런데 요즘 선수들 중 몸값을 제대로 하지 않고도 책임지지 않는 선수들이 많다”고 꼬집었습니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