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제휴를 맺고 싶다기에 찾아갔던 중국 북경대학 온라인 프로그램 책임자의 말이 현재 각급 학교 교장 재교육용 사이트의 사용료가 학기당 약 25달러 수준이라기에 우리 회사 프로그램은 성격은 다르다지만 그래도 너무 비싸다 싶어 단체가입 개념으로 할인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그때 그는 오히려 나를 빤히 보며 말하기를, 그것은 교육부와의 공동 프로젝트라 돈을 많이 못 받지만, 자기들이 우리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것은 사업으로 하려는 것인데 굳이 할인이 필요하겠느냐는 것이었다.
한국 여느 대학의 행정직원이 학교를 위해 돈벌이에 열성을 부린다는 것은 좀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이들은 달랐다. 자기들이 얼마나 적절한 사업 파트너일 수 있는가를 설명하기 위해 북경대학 온라인 프로그램을 상세히 소개하는 파워포인트 프리젠테이션을 만들어 한 시간 가까이 설명을 했다.
한 교육용 포털 사이트의 사장인 2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여성은 영어학원도 경영하는데 개강 10개월 만에 학생이 1만명이라고 했다. 1인당 80달러가 넘는 등록금에 1만명을 곱하면 월 판매액이 80만달러가 넘는다. 그녀의 손에 쥐어진 자동차 키는 BMW의 것이었다.
북경대와 함께 중국 최고 명문대학으로 칭해지는 청화대에서는 정문 바로 밖에 초현대식 사이언스 팍을 만들어 국내외 기업들을 입주시키고 공동연구 프로젝트들도 진행시키고 있었다. 그 건물들에는 값싼 점심식사를 파는 곳도 많지만 중국 최고의 북경 오리요리 전문점도 들어와 있다.
정문 바로 안쪽에는 사무실 빌딩을 지어 졸업생들에 싼값으로 빌려준다고 했다. 무슨 사업이든 할 수 있도록. 이 건물 안에 사업장을 가진 스물네댓 살의 청년들이 내게 중국 전체 공급권을 따려면 어떤 조건을 충족시켜야 되느냐고 묻는다. 이미 북경대 등 몇몇 곳과 구두 계약을 했다는 말에도 눈 하나 깜짝 않고 자기들의 비즈니스 능력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자기들은 우리 프로그램을 만난 것을 하나의 커다란 기회로 보며 따라서 자금 동원을 해서 크게 키우고 싶다는 것이다. 일단 독점권 없이 시작해 실력을 보여준 다음 독점권 얘기를 다시 하자고 얘기하면서도 나는 그들에게 몹시 끌렸었다.
나는 이들 같이 반짝이는 눈동자에 두뇌와 에너지를 겸비한 젊은이들을 지난 몇 년간 한국에서 찾으려 했는데 아직껏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그간 내가 겪어본 한국의 닷컴을 하는 젊은이들 또한 대부분 좀 지쳐 보이고 일을 재빨리 처리하지 못한다.
오늘날 중국인들은 모두가 비즈니스맨인 것 같고 성취욕이 넘쳐 난다. 시장 사이즈가 워낙 크니 신흥 재벌들도 속속 생겨난다. 이에 눈독 들이는 외국 기업들에도 한국보다 느슨한 조건으로 비즈니스 기회를 준다.
한국에서 요즈음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중국에 추격당하고 만다고 걱정하는데, 내가 보기에 중국은 이미 앞서 있다. 한국은 중국보다 앞서 가겠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본다. 중국의 동반자가 되겠다는 자세로 어떻게 하면 그들에게 환영받는 파트너로 중국이라는 마켓에 기여하느냐를 생각해야겠다. 그러는 가운데 그 시장을 더 잘 알게 되고 입맛에 맞는 물건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이 성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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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경> Whole Wide World Inc.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