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국 12학년생들이 명문대에 지원하기 위해 밤을 지새며 원서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옛날 17세기에는 하버드 대학의 입학 기준이 훨씬 간단했다. 오늘날의 SAT 시험이 있는 것이 아니라 키케로의 연설을 번역하고 라틴어로 작문하는 시험이었다고 한다. 1920년대까지 라틴어 실력은 하버드, 예일 등 명문대 입학에 필수였다.
사실 미국인들은 건국 이전부터 고대 로마에 깊은 관심과 조예를 가져왔다. 미국 헌법제정자들이 영국 왕정의 지배를 떨치고 이상 사회를 건국하려 할 때에도 영감을 구한 곳이 바로 2,000년전의 로마 공화정이었다. 따라서 선거인단, 간접선거, 삼권 분립 등 미국 헌법의 독특한 부분들도 모두 고대 아테네의 민주정치보다는 사실 로마의 공화정의 유산인 것이다.
고대 로마는 어떤 점에서는 별천지 같으면서도 동시에 지난 2,000년사이 별로 변한 것이 없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 당시에도 부유층 자제들은 명문 학교에 가서 웅변술과 수사학, 철학 등을 공부했고 특히 야심찬 학생들은 그리스로 유학을 가고 유명한 정치인 밑에서 인턴십을 거치기도 했다.
당시 공화정 체제가 무너지고 줄리어스 카이사르의 등극으로 로마가 제국이 된 과정은 지금도 역사학자들은 물론, HBO 시리즈 ‘로마’의 네티즌 팬들 사이에서도 격정이 섞인 열렬한 토론의 대상이다.
로마 공화정이 붕괴한 배경에는 많은 요소가 작용했지만 역사가들은 원로원을 통해 권력을 독차지한 귀족들과 무산계급의 갈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가난한 평민들과 병사들의 지지에 힘입어 권력을 손에 잡은 카이사르는 부채에 시달리는 서민들의 부채를 4분의 1 탕감하고 원로원 자격을 완화하는 등 사회적 정의에 신경을 기울였다. 카이사르로 인해 이후 1,500년이 넘게 서양 문명이 군주제에서 헤쳐 나오지 못한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미국과 고대 로마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20세기초 마르크스의 영향으로 공산주의나 사회주의가 유럽에서 아시아까지 전세계를 휩쓰는 동안 미국은 비교적 무풍지대였다. 그 이유는 누구나 사회 경제적 배경에 관계없이 상류층에 진출할 수 있다고 믿는 아메리칸 드림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미국인들이 옛날부터 중요하게 여겨온 교육은 늘 아메리칸 드림에서 핵심적인 자리를 차지했다. 계층 이동을 가능케 하는 교육은 사회적 안정을 가져오는데 분명 ‘브레드와 서커스’보다 더 효과적이다.
한인 사회에서는 교육을 자녀와 결부된 개인적인 이슈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분명 사회적인 이슈다. 오는 7일 캘리포니아 선거에서 주민발의안 1D가 주민투표에 부쳐진다. 교육자들은 공립학교에 100억달러를 투자하는 발의안이 학교 시설을 개선하고 UC계열의 경쟁력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요즘 로마에 대한 책을 읽고 TV시리즈를 보면서 시작된 생각의 흐름 끝에 투표소로 발길이 끌린다.
<우정아> 특집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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