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북조선이 살 길은 핵무기를 갖는 방법뿐입니다”
“김위원장, 소신대로 밀고 나가시오. 내가 힘닿는 데까지 도와주리다”
“고맙습니다. 우리 민족이 합쳐질 날도 멀지 않았습니다”
“약조금은 받았겠지요?”
“그럼요. 통일사업에 잘 쓰겠습니다”
지난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의 순안 공항에서 김정일의 직접 영접을 받고 수십만 평양시민의 대대적인 환호 속에 영빈관까지 퍼레이드 하는 차량 안에서 남북의 두 김씨가 나눈 말이 무엇이었을까 추리해 본 것이다. 두 사람의 대화는 알려진 바가 없고 지금까지 많은 억측을 불러일으켰지만 그 후 일어난 일들을 보면 그런 이야기가 오갔을 개연성이 높다.
당시 작성된 남북공동선언을 보면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평화 통일을 실현시키는데 중대한 의의를 가진다”고 그 취지를 밝히며 5개 사항을 합의하였는데 제3항에서 ‘이산가족 등 인도적 문제를 조속히 풀어나가고’ 제4항에서는 ‘제반 분야의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하여 서로의 신뢰를 다져나가기로’하면서 ‘적절한 시기에 김정일이 서울방문을 하기’로 발표하였다.
그런데 6년이 지난 현재 한국이 얻은 것은 무엇인가. 김정일은 수백만의 인민들을 굶겨 죽이고 그로 인한 탈북으로 더 많은 이산가족을 양산했고 남북협력은 북한에 통치자금을 보태주고 핵무기의 개발에 기여한 셈이 됐다. 상호 신뢰를 쌓는다는 것도 김정일 집단을 정당화하여 국민에게 사상적 혼란을 야기시킨 측면이 있다.
그 결과 북한에 식량이 부족하다면 얼른 쌀을 퍼주고 비료가 필요하다면 운반한 트럭까지 함께 보내주었으며 돈이 떨어졌다면 무슨 협력기금이다, 관광 보조비다 해서 각종 자금을 대주는 판국이 되었다.
더욱 큰 문제는 한국 국민의 70%가 오늘의 사태를 미국의 책임으로 여긴다는 사실이다. 핵무기가 미국의 강경정책 때문이라니 북한이 못 살고 개방하지 못하는 것이 누가 시켜서 된 일인가? 나라를 황폐시키고 인민을 억압한 것만으로도 용서받기가 어려운데 국제적으로 마약 거래와 가짜 상품 밀수, 위폐 발행, 테러지원 등 갖가지 못된 범죄와 악행을 저질러 놓고 마치 강도가 경찰의 체포를 막기 위해 무기를 소지하겠다는 적반하장 같은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이에 한국의 전직 대통령과 현직 총리는 역성까지 들고 있으니 한 편이나 다름없다. 김정일이 굳이 6자 회담 대신 미국과의 단독 만남을 주장하는 저의는 오직 하나, 체제보장을 받아 목숨을 부지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선군정치를 앞세우는데도 한국은 이를 포용하겠다니 이해를 하기가 어렵다. 햇볕정책이 성공했느냐, 실패했느냐를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일이다. 이는 처음부터 북한정권을 도와주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북한의 흉계가 뚜렷이 드러난 마당에 한국이 할 일은 분명해진다. 첫째, 6.15 선언문은 즉시 폐기되어야 한다. 여지껏 북한은 이를 이행하기는커녕 다반사로 어겨왔던 것이다.
둘째, 앞으로 북한과의 모든 합의나 약속은 ‘기브 앤 테이크’를 전제로 해야 한다. 무엇을 줬으면 꼭 그에 대한 반대급부를 얻어내야 한다. 일방적으로 도와주는 햇볕정책이 실패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절대로 김정일의 말을 믿어서는 아니 된다. 북한의 통일노선과 공작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음을 명심해야 한다.
셋째, 나라가 멸망하는 것은 외부의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내부의 분열 때문이다. 한국의 분열상은 위험수위를 넘고 있는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초등학교부터 국가의 정체성를 확립하고 역사의식를 고취시키는 정신무장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럴 때면 남북평화와 민족화해라는 미명 하에 북한을 은밀하게 측면 지원하는 불온세력들이 암약하기 마련인데 온 국민, 특히 재외동포들은 그들의 가면을 벗기고 김정일 왕조의 폭정을 미국과 전 세계에 알리는데 힘을 합쳐야 할 것이다.
오늘의 대한민국이 어떻게 만들어졌나를 잊지 말자. 수백, 수천만의 희생과 피땀으로 어렵게 이룩한 자랑스런 세계 10위권의 자유 민주국가가 아닌가.
<조만연> 수필가·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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