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CM송이 부활했다거나 인기가 좋다는 표현만으로는 허전한 상황이 됐다. ‘석류’송(미녀는 석류를 좋아해 CF), ‘오일’송(에쓰오일 CF) 등 갖가지 ‘송(song)’이 광고의 특징을 대표하는 요소로 떠오른 데 이어 생활습관, 먹는 소리 ,인생의 즐거움 등 다양한 주제를 담은 신곡들이 무더기로 ‘히트넘버’를 노리고 있다.
온전히 상업CF를 위해 탄생한 신곡들은 ‘아삭’송, ‘요일’송 등 제목부터 ‘유치 발랄’하다. 그런데 이 단순하고 짧은 호흡의 노래 한소절이 듣는 이의 입에 무의식적인 흥얼거림을 자아내며 제법 센 영향력을 보이고 있다. 가요계의 불황을 비웃는 듯한 ‘송 마케팅의 절정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삼성하우젠의 김치냉장고 광고와 은나노 드럼세탁기 광고가 방송을 타자 마자 노래의 승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예다. 30대스타 장진영의 후임으로 20대스타 이다해를 메인 모델로 기용한 하우젠 측은 김치냉장고 CF에서 이다해의 원맨쇼를 연출했다.
김치요리가 근사하게 차려진 식탁 앞에서 이다해는 젓가락을 든 채 장난을 치고 김치에서 무슨 소리라도 나는 양 귀를 기울인다. 이다해의 혼자 놀기를 맛깔스럽게 돋우는 것은 배경에 깔리는 이다해의 노래. ‘아삭아삭’을 반복하는 CM송이 잘 익는 김치 맛을 대변하며 식욕을 돋운다. 먹거리 광고 등에서 사용하는 군침을 돌게 만드는 효과, 즉 ‘시즐’을 CM송으로 전환시켜 브랜드의 이미지를 생생하게 뇌리에 박고 있다.
한가인도 은나노 드럼세탁기 CF에서 ‘월화수목금토일’로 시작하는 ‘요일’송을 들려주며 매일 매일 은나노세탁으로 산뜻한 생활을 즐기자고 설파한다. 각 요일을 대형 한자로 표시한 타이포그래피의 영상과 한 번만 들어도 기억에 남는 동요 풍의 CM송이 기존 가전제품 광고의 ‘멋 부리기’와는 다른, 경쾌하고 정감있는 화법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따라 부르기에 만만한 미녀탤런트의 CM송이 활개를 젓고 있는 한편, 의류브랜드 베이직하우스 CF는 인순이와 아이비라는 두 여가수의 감각적인 열창을 CM송으로 담아 시청각을 기분 좋게 어루만진다.
인순이와 아이비가 세대를 초월해 오늘,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있음을 길거리 공연 장면을 담은 영상과 ‘노래하고 춤추며’란 가사의 CM송으로 표현한 이 광고는 즐거움의 진심이 듬뿍 담겨있는 연출로 노래를 따라 부르며 어깨를 흔들고 싶게 유도한다.
브랜드를 노골적으로 노랫말에 삽입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CM송은 상업적인 이해가 분명한 소비성 노래다. 때문에 그것이 일종의 작품으로 가치를 가지며 많은 이들에게 부담 없는 향유의 거리로 전파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CM송이 점점 ‘유치함의 엔터테인먼트’를 절묘하게 살리는 데 점점 노련해지면서 단순한 재미에 잠시 나를 내주며 골치 아픈 일을 잊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즐거운 중독을 선사하고 있다.
조재원 기자 miin@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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