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왜 은행에서 줄을 서야 하죠?
한국에서 온지 얼마 안된 독자가 가진 궁금증이었다. 사람이 많으면 줄서서 기다리는 게 당연하지 웬 엉뚱한 질문인가 하겠지만, 여기에서 의문의 대상은 ‘기다리기’ 자체가 아니라 ‘줄을 선다’는 사실이다. 한국에서는 은행에 가서 입출금을 위해 줄을 서는 법이 없단다. ‘번호표’가 있기 때문이다.
이전의 경험을 떠올려보니 정말 한국에서 은행을 이용할 때는 줄서기를 할 필요가 없었다. 번호표를 뽑아 앉아서 기다리다 차례가 됐을 때 창구로 가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미국의 은행들에서는 이같은 시스템을 찾아볼 수가 없는 것이다. 이는 이곳 한인 은행들에서도 마찬가지다. 객장에 번호표를 비치해 고객들의 편의를 배려하는 곳은 그 많은 한인 은행 지점들 중 한 두 곳에 불과하다. 번호표를 뽑게 하는 시스템이 미국에 없는 것도 아닌데 이같이 간단한 것을 왜 안 하느냐는 의문이 들만도 하다.
물론 은행의 입출금 창구를 이용하는 고객용으로는 변변한 의자 하나 없는 미국식 은행의 전통의 연장선상으로 보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고객들의 입장에서 볼 때 한국에서의 은행 이용 경험과 미국에서의 경험이 다른 점이 어디 이것뿐이겠는가. 한국의 은행 직원들은 고객을 맞는 말투와 자세에서 고객이 몸둘 바를 모를 정도의 ‘과잉’ 친절이 몸에 배어 있다. 은행들간 필사적인 고객 서비스 경쟁에 따른 철저한 직원교육 때문이겠지만 대체적으로 사무적인 이곳 직원들과는 비교되는 것이 사실이다.
금융 기법 등 큰 그림에서는 미국 은행들이 앞서 있다고 하지만 일단 고객들을 대하는 서비스의 면에서 보자면 한국의 은행들이 우위에 있다고 보는 것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고객들의 전화문의를 받는 콜 센터 서비스 같은 것은 한국이 다른 많은 나라에서 벤치마킹을 할 정도로 세계적 수준이라고 하니 말이다.
한국과는 은행의 규모나 객장 여건이 다르니 이처럼 단순 비교할 사안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인 은행이라는 생각에 이용은 하지만 한국의 은행들은 물론 미국계 대형 은행들과 비교해도 불편한 구석이 한 두 군데가 아니라는 일반 고객들의 불만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매달 1일이면 웰페어 수령을 위해 한인 은행들에서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노인들이 많다. 사람이 한꺼번에 몰리기 때문에 장시간 기다리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노인 고객들이 최소한 앉아서 기다릴 수 있도록 하는 배려는 필요하다. 여기에 드는 추가 비용은 고객 서비스 개선을 위한 비용으로 생각하면 될 일이다. 기회 있을 때마다 고객 서비스 향상을 외치는 은행들 아닌가. 이제는 이곳 한인 은행들에서도 번호표를 뽑고 싶다.
김종하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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