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디어들 너무 심한 것 아닌가?”- 요즘 미국 뉴스를 보다 보면 뉴스 시간인지 연예 시간인지 모르겠다고 불평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뉴스가 너무 선정적으로 대중들의 호기심자극에만 치중한다는 지적이다.
TV의 경우는 특히 심해서 일반 뉴스 시간은 물론 시사 좌담, 특집 방송 등 조금만 관련이 있다 싶은 프로그램들은 모두가 한가지 뉴스에 매달려 있다. 지난주부터 미국민의 관심을 온통 사로잡아온 존베넷 램지 사건이다.
10년전 피살된 6살짜리 꼬마 미인의 살해 용의자가 갑자기 체포되면서 램지 가족, 용의자 존 카, 그간의 수사과정 등 묻혀있던 해묵은 이야기들이 시시콜콜 다시 다 끄집어내 지고 있다.
11월 중간선거, 미국의 발목을 잡으며 내전으로 치닫는 이라크 사태, 불안한 레바논 휴전 등 중요한 이슈들이 산재해 있는 데 그것들을 다 물리치고 한 여아의 10년전 살해사건이 왜 이렇게 큰 비중을 차지할까. 사건 속에 “미국인들이 특별히 좋아하는 요소들이 다 들어있기 때문”이라고 한 정신과 의사는 분석했다.
“섹스와 폭력, 게다가 미모와 부까지 갖춰졌으니 미국인들의 입맛에 딱 맞아떨어지는 것이지요. 그런 대중의 취향에 맞추고, 나서서 부추기고 하면서 미디어가 할리웃 비슷해지는 것이지요”
어린이 미인대회를 휩쓸며, 아이인지 어른인지 모를 화장과 의상, 포즈로 눈길을 끌던 어린 소녀, 너덧살 때부터 딸을 온갖 무대로 데리고 다니던 부자 부모, 크리스마스 다음날 집 지하실에서 참혹한 사체로 발견된 아이 … 할리웃에서 언젠가는 영화로 꼭 만들만한 요소들로 사건이 다 채워져 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이번에 용의자로 체포된 존 카 역시 할리웃 취향의 요소 하나를 더 보태주고 있다. 그는 현재 41살이지만 정서적 어떤 면에서는 열두세 살을 넘지 못했다. 20살 되기 전의 첫 결혼을 13살 짜리 소녀와 했고 두 번째 결혼 역시 신부는 16살이었다.
이제까지 전전한 직업들도 어린이 보모 아니면 초등학생 보조교사. 그때마다 교실에서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지나치게 다정해서’ 파면을 당하곤 했다. 그는 어린이에게 성적 충동을 느끼는 소아 기호증 환자이다.
성도착증의 일종인 소아 기호증은 대개 성장기에 극심한 감정적 스트레스를 경험한 결과로 나타난다. 너무 심한 충격에 정서적 성장이 멈춰버림으로써 어른이 되어서도 그 연령층의 아이들에게서 성적 흥분을 느끼는 정신 질환이다. 카의 경우는 12살 때 어머니를 끔찍한 교통사고로 잃은 충격이 있다고 한다.
미디어들의 호들갑스런 보도에도 불구, 이번 카의 체포로 램지 케이스가 종료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내가 죽였다’는 자백이 있을 뿐 그를 진범으로 보기에는 의심스런 요소들이 너무 많다. 세상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고 싶어 거짓 자백을 하는 정신질환자들도 있으니 사태를 좀 더 지켜보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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