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병렬(교육가)
기억에 남는 만화이다. 어떤 백만장자가 두 나무 사이에 매단 해먹(hammock) 속에서 중얼거린다. ‘아! 행복하다. 이 행복을 차지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였던가’ 나무에 기대고 앉아있던 현지인이 중얼거린다. ‘나는 별로 노력없이 당신의 행복을 매일 누리고 있는데…’
부자 관광객의 말을 생각해 본다. 일년 동안 열심히 일한 휴가철이다. 복잡한 도시를 떠나, 일거리를 멀리 하고 떠나온 이 곳, 나무가 울창한 숲, 앞에는 넓은 바다가 펼쳐있고, 내게 일에 관한 정보도 주지만 그것 때문에 귀찮게 일에 매달리게 하는 인터넷과 빈번한 전화가 없는 곳에서 오직 자연의 혜택을 만끽하고 있는 현실… 이것이 내 꿈이었다. 나는 드디어 내 꿈을 이루었다. 이 만족감과 희열은 피나는 노력으로 얻은 전리품이다. 이 행복이여, 영원하여라. 그 순간 그의 행복감은 100%.
거기에 비교되는 본토박이의 생각은 어떨까. 나는 대대로 여기가 생활권인 토민이다. 그래서인지 저 관광객처럼 행복감에 젖어 생활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이 생활에 만족하고 있을 뿐이다. 내가 만족하는 까닭은 자연 속에서의 생활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순응하면서 이어지는
내 생활 역시 자연의 일부분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한 번쯤은 저 관광객과 같은 행복감의 절정을 느껴보고 싶지만…, 글쎄…, 어디서?
‘행복은 부자순이 아니다’라는 기사가 있다. 이것은 영국 레스터 대학 에드리안 화이트 교수가 178개 국가를 대상으로 건강(평균수명), 부(1인당 국내총생산 GDP), 교육(중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 등 3가지 요소를 토대로 한 행복지도를 발표하였다.
여기에 따르면 ‘소득이 높고 평균수명이 길더라도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고 환경을 훼손한’ 국가는 순위가 낮았다. 또 국민이 자국 문화나 전통에 대한 만족도도 행복의 주요 요인으로 뽑혔다. 이에 따른 순위를 보면 덴마크 1위, 스위스 2위, 오스트리아 3위, 부탄 8위… 캐나다 10위,
미국 23위, 일본 90위, 한국 102위로 나타나 있다.
과연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여기에는 개인 차가 있다고 본다. 앞의 만화에서 본 백만장자와 본토박이의 행복관의 차이처럼. 그러나 공통점도 있다. 예를 들어 건강이나 장수 같은 것이다. 사람들은 표현하거나 않거나, 의식하거나 않거나 나름대로의 행복관이 있다. 그 행복을
차지하려고 알게 모르게 노력하면서 살고 있다. 마치 토끼와 거북이 결승점을 향하여 가고 있는 것처럼.보편적인 여론조사나 어떤 이슈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는 일반적인 경향을 알려준다. 그 결과가 개인에게 주는 영향은 사회 시각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고, 자기 자신의 생각과 견주어 볼 수 있는 자료가 된다. 이런 자료는 더 없이 귀하지만, 자신과의 연관을 짓지 않으면 하나의 자료로서 볼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이 자료를 생각할 거리로 삼거나 않거나 하는 일은 개인에 달렸다.
왜 나라의 풍요로움이나 개인의 소득이 많다는 것이 행복지도의 제일 조건이 아닌가 생각할 필요가 있다. 경제적인 소득이 많다는 것이 생활을 편하게 할 수는 있다. 그러나 행복 자체일 수는 없다. 오직 소득을 높이기 위해 가족애·우애·소속단체애·사회애·민족애·인류애가 뒷전으로 돌아간다면, 본말이 전도된다고 생각한다. 부자가 된다는 것이 행복의 방법은 될 수 있어도, 행복 그 자체는 될 수 없다.
그 결과는 화이트 교수의 178개국을 대상으로 한 행복지도에 잘 나타나 있다. 소위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젖는 행복감은 무엇 때문인가. 그들은 자기 자신만의 행복감을 가지고 있다. 자기 자신만의 귀한 것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돈으로 상거래를 할 수 없는 정신적인 것임을 잘 알고 있다.점차 세계화 되어가는 시장경제의 높은 파도를 거슬러 올라가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개인의 행복 개념을 적절하게 조절할 수는 있다고 본다. 행복 개념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일은 개인적인 삶의 목적과 직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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