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주민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것을 주임무로 한다. 어려운 일을 당한 주민들을 돕고, 범죄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그런데 경찰이 다급한 범죄 피해자의 신고를 무시해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있어서는 안될‘거짓말’ 같은 일들이 요즘 한인들이 자주 찾는 일부 경찰서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최근 타운에서 운전도중 접촉사고를 당한 최모씨는 운전면허증과 보험증서를 교환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이 면허증을 돌려주지 않고 가버리는 황당한 일을 당했다. 즉시 가까운 경찰서로 달려가 신고했지만 경찰관으로부터 “범죄로 볼 수 없다. 면허증 분실로 처리하겠다”는 황당한 대답을 듣고는 기가 막혔다.
“분명 빼앗긴 것이고, 강탈당한 것인데 분실로 처리한다니...” 최씨는 눈앞에서 벌어진 상황에 할말을 잃었다. 사실 LA 경찰국 내부에서는 일부 경관들의 자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20년 넘게 LAPD에 몸담아온 베테런 한인 수사관은 “최씨의 경우 명백한 절도범죄 피해를 당했다. 경찰서에서 범죄 신고를 받지 않은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때문에 한인들 사이에서는 경찰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어눌한 발음과 제대로 된 영어를 구사하지 못한다고 무시하거나, 범죄를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는 경관들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쌓여가고 있는 것이다.
한 한인경관은 “일부 무능한 경찰관들로 인해 양심에 따라 정의 구현을 위해 묵묵히 일하는 대다수까지 매도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LAPD는 몇년 전 일선 경관들의 업무처리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산하 18개 경찰서를 대상으로 내부감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영어 못하는 한인으로 가장한 감사관이 한인타운을 관할하는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코리안, 트래픽 티켓, 코리안, 헬프 미”라고 말했더니 돌아온 대답은 “뭐라고? 못 알아듣겠다. 다른 경찰서에 전화해라”였다. 곧바로 이 경찰서와 가장 가까운 경찰서에 전화해서 같은 말을 반복했더니 상대방은 “잠시만 기다려라”고 말하고선 전화를 대기상태에 놓아 버렸다는 것. 5분이 넘도록 무소식이더니 결국 전화는 끊겨버리고 말았다. “제풀에 지치면 끊겠지”란 식이었다.
LAPD 내규에 따르면 영어를 못하는 주민이 경찰서를 찾아가거나 전화로 자신의 모국어로 서비스를 요청할 경우 즉시 당사자의 모국어를 구사하는 경찰관이 도움을 주거나 통역을 붙여주도록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를 받은 경찰서 대다수는 외국어 서비스 제공에 한해 ‘낙제점’을 받은 것이다. 범죄신고도 제대로 안 받고, 규정도 무시한채 일하는 일부 경관들을 보면서 경찰이 과연 지역주민들의 안녕을 위한 행정을 펼치고 있는지 강한 의문이 들었다.
경찰이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본연의 임무를 재인식하고, 적극적인 대민 서비스 정신을 발휘해야 할 때다.
구성훈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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