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에서는 ‘주몽’과 ‘연개소문’ 등 연속극을 통해 고구려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고구려를 비롯한 북방 유목 민족들 특징의 하나는 가장이 죽을 경우 재산과 유업을 자식이 아니라 형제가 물려받는 형제 상속 제도를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흉노족들은 ‘형사취수’라 하여 형이 죽으면 동생이 형수와 재산을 물려받는 것이 관습이었다. 고구려 왕위 계승이 장자 상속으로 바뀐 것은 2세기 후반 고국천왕 때로 기록돼 있다.
그 후 200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요즘 아직도 형제 상속을 하는 나라가 있다. 지구상에서 극히 드물게 아직도 공산주의를 하는 나라의 하나인 쿠바다. 47년간 쿠바를 철권 통치해 온 피델 카스트로는 지난 31일 내장 수술을 하기 전 통치권을 ‘임시로’ 동생 라울에게 넘긴다고 발표했다. 첫 부인과의 사이에 하나, 둘째 부인과의 사이에 5명이나 아들을 뒀음에도 모두 신통치 않은 모양이다.
초강대국 미국의 코앞에서 절대 권력을 47년간이나 휘두르며 초지일관 반미의 선봉에 선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로 인해 쿠바 국민들은 엄청난 희생을 치렀다. 40여 년간 수만 명의 정치범이 처형되고 아직도 수 천 명이 강제 수용소에 수감돼 있다. 관광객을 위한 일부 시설을 제외하고는 도로나 건물 보수를 하지 않아 나라 전체가 ‘50년대 박물관’이며 생활수준도 엉망이다. 그나마 피델을 ‘사부님’으로 모시는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가 연 10억 달러에 달하는 기름을 원조해줘 간신히 버티는 중이다.
피델도 처음부터 장기집권을 꿈꾸던 무자비한 독재자는 아니었다. 스페인 농장주와 하녀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때부터 우등생으로 제주이트가 세운 학교에서 최고 교육을 받았으며 아바나 법대를 졸업하고 빈민들을 위한 변호사로 활동 했다.
바티스타 장군이 쿠데타로 권력을 잡으면서 합법적으로 정계 진출이 불가능해지자 안락한 삶을 버리고 산속으로 들어가 게릴라 지도자가 되며 투쟁을 시작한 지 6년 만에 바티스타를 축출하고 집권에 성공한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그의 독재는 가혹해지고 조금만 자기에 반대하는 사람은 모조리 숙청하기 시작한다. ‘인권 변호사’라도 권력을 오래 잡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1959년 집권 이후 한 번도 권력을 내주지 않은 카스트로가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권력을 이양한 사실을 놓고 일부에서는 이미 그가 죽었거나 회복 불능 상태에 들어갔다는 설, 자기 사후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떠보기 위한 술책이라는 설 등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그가 요행히 건강을 회복한다 하더라도 피델 자신이 오는 13일로 80이 되고 후계자로 지정된 동생 라울도 75세이고 보면 권좌에 앉을 날이 그리 많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가장 ‘진보적’이며 ‘노동자 농민의 지상낙원’을 자칭하면서 부자 상속과 형제 상속을 일삼는 북한과 쿠바에도 하루 속히 민주화의 바람이 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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