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장사가 흔히 하는 말 중에 절대 믿지 말아야 하는 말들이 있다. ‘다락에서 그림을 발견했다’와 ‘할머니가 남겨주신 거다’그리고, ‘이 그림을 할머니 다락에서 발견했다’는 가장 믿지 못할 말이다. 좋은 그림이 왜 다락에 방치됐을까 생각해보면 납득이 되고도 남는다.
미술품 경매에 관한 보도가 나갈 때마다 “집에 그림이 한 점 있는데 경매에 부치고 싶다”는 문의를 받는다. 심지어는 LACMA가 공개한 클림트의 ‘아델블로흐 바우어 부인’초상화와 똑같은 그림을 귀빈에게 선물 받았는데, 진품 여부를 알고 싶다는 전화도 받았다. ‘바우어 부인’은 회화 거래 사상 최고가(1억3,500만 달러)에 팔린 작품이다. 상식에 비추어 절대 진품일리 없다. 머리로는 그럴 리 없다 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게 사람의 마음이다.
그렇다면, 그림의 마음은 어떨까. 미술서적 ‘경매장 가는 길’을 펴낸 그림감정사 박정민씨는 그림은 집에 걸릴 때가 그 그림의 원래 자리를 찾은 것이라고 한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걸려있으면 작품과 사람 사이의 거리 때문에 박제처럼 느껴진다는 것. 동감이다. LACMA의 플라스틱 액자에 갇혀있는 ‘바우어 부인’을 봤을 때 그다지 감응이 없었다. 그냥 비싼 작품은 저렇게 보관해야 하는구나 싶었을 뿐이다.
컬렉터들은 왜 그림을 살까. 이들 대부분이 ‘미술품이야말로 이 세상에 남은 마지막 럭셔리이기 때문’이라 답한다. 돈만 있다고 가질 수 없는 무언가를, 그것도 자신의 고급 취향을 보여주는 그 무언가가 있다는 욕망의 표현.
하긴 벤츠, 샤넬, 전망 좋은 집의 차원을 넘어선 럭셔리가 바로 미술품이긴 하다. 오죽했으면 루이뷔통 소유주인 LVMH 그룹이 필립스 경매를 인수해 미술 경매시장에 뛰어들었을까.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작품을 소장한 사람이 나보다 돈 많은 누군가가 아니고, 작품의 가치를 알아본 바로 ‘나’ 한 사람이라는 게 컬렉션의 매력이다.
하지만, 미술품 컬렉션은 투자가치를 따지기보다는 심미안과 교양 갖추기가 우선이다. 지금 소더비와 크리스티가 한국미술을 주목하지만, 한인들의 경매 참여를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한다. 경매장에서 한인들은 시끄럽기만 할 뿐 큰손은 아니라는 것. 단순히 투자가치 때문에 그림을 구입했다면, 그림을 볼 때마다 ‘저건 언제 팔아야 최고가일까’는 생각만 맴돌 것이다.
한 작가가 성공하려면, 25년이 소요된다는 말이 있다. 투자가치만 따져 구입했다면, 25년 후 되팔아야 최고가가 되는 셈이다. 아무리 투자라도 25년을 머리로 주판알만 굴린다는 건 한심한 일이다. 그냥 미치도록 갖고 싶은 그림을 찾는 편이 낫지 않을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귀한 가치를 얻는 기쁨, 이런 마음이 그림의 마음이지 싶다.
하은선
특집1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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