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봉수는 한 때 조훈현과 함께 한국 바둑계의 쌍벽을 이루던 인물이다. 70년대 초 19세의 나이로 당시 ‘한국 바둑의 국부’ 조남철 9단을 꺾고 혜성처럼 등장했다. 그는 특히 일본 유학파가 대부분이던 한국 기단에서는 드물게 순수 국내파로 ‘잡초류’ 혹은 ‘된장 바둑’으로 불리는 독특한 스타일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던 그가 얼마 전 이혼 후 29세 연하의 베트남 처녀와 새 장가를 들어 화제가 됐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혼자 살기가 어려웠고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형편상 한국 여성을 아내로 맞기는 힘들었다”고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를 밝혔다. 한 때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베트남으로 이민 가는 것까지 고려했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 서봉수처럼 외국인 아내를 맞아들이는 한국 남자는 하나둘이 아니다. 전에는 국제결혼 하면 한국 여성이 미국인 등 외국 남자와 결혼하는 것이 주종을 이뤘지만 이제는 완전히 바뀌었다. 2004년 국제결혼 비율의 전체 결혼의 11%를 차지했는데 이중 한국 남성이 외국 여성과 한 것이 72%에 이른다.
특히 농어촌의 경우는 국제결혼 비율이 2004년 27%에서 2005년 35%로 늘어났으며 일부 지역은 마을 전체의 40%가 외국인 여성과 하는 곳도 있다. 서울을 조금만 벗어나면 마을마다 국제결혼 알선을 알리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고 사이버 공간에서도 수백개 업체가 성업중이다. 이들 사이트를 찾아가 보면 연변 조선족부터 북한 처녀, 중국, 몽골, 베트남, 캄보디아, 심지어는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즈스탄 등 이름도 생소한 나라 출신 여성 수백명이 사진과 함께 올려진 채 한국 남성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물론 러시아나 우즈벡, 키르기즈의 경우 순수 그곳 출신보다는 일제 때 강제로 이주 당한 한인 후예가 많다.
그러나 이들 각국 중 단연 인기가 있는 나라는 베트남이다. 알선 업체들은 ‘결혼 관광단’을 모집, 한국 남성을 이끌고 베트남을 방문하는데 그 곳에 가면 호텔에 수십명의 베트남 여성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 중에서 마음에 드는 여성을 골라 소정의 수수료를 지불하면 아내로 데려올 수 있다.
농촌 총각들이 우리와 같은 민족이고 언어상 불편이 없는 연변 조선족을 제쳐 두고 굳이 말과 문화가 다른 베트남 여성을 택하는 이유는 조선족은 데려 오면 농촌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금방 도회지로 도망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반면 베트남 처녀는 힘든 일도 꿋꿋이 하며 잘 버틴다고 한다. 얼마 전 한 소개업소가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 후불제. 환불 가능. 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라는 광고를 냈다 여성 시민단체로부터 여성을 상품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일부에서는 이런 현상을 두고 단일민족 전통이 깨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지만 단일민족이란 개념 자체가 사실을 신화에 가깝다. 수천년 동안 중국 한족을 비롯, 여진, 거란, 몽골, 일본 등 여러 민족과 접촉해 온 한민족이 순수하게 한국 피만을 보존해 왔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 조선조까지 여진족 마을이 전국 각지에 있었다는 기록도 있다. 어찌 됐든 국제결혼 가정의 증가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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