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하는 일은 여러 가지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한 일은 법을 만드는 일이다. 국가의 골격을 짜는 일일뿐 아니라 이를 통해 입법자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연방 헌법은 이 입법권을 국민의 대표인 연방 의회에 일임하고 있다. 입법, 행정, 사법 3부 중 입법부를 헌법 제일 앞자리에 놓은 것도 입법부의 비중을 말해준다.
그러나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도 어느 정도 국민의 대표라는 성격을 띤다. 모든 국민의 총 투표로 뽑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의회의 입법에 관여할 자격이 있다.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 의회가 통과시킨 법안에 대한 거부권이다.
거부권을 행사하느냐 마느냐, 얼마나 자주 행사하느냐는 전적으로 대통령의 자유다. 임기 초부터 끝까지 한번도 행사하지 않은 대통령이 있는가 하면 툭 하면 거부권을 쓴 대통령도 있다. 역대 대통령 중 제일 많이 행사한 사람은 프랭클린 루즈벨트다. 12년 재임기간 중 635회나 사용했다. 1년이 52주니까 거의 한 주도 빼지 않고 거부권을 행사한 셈이다. 다음은 8년(416주) 재임 동안 584회 거부권 행사를 한 그로버 클리브랜드로 주당 행사 수로는 루즈벨트를 능가한다. 그 다음은 8년간 250회의 해리 트루먼, 역시 8년간 181회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순이다.
집권 중 한번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대통령은 7명인데 이 중 윌리엄 해리슨, 재커리 테일러, 제임스 가필드 등은 취임하자마자 암살되거나 병사해 별 의미가 없고 각각 4년 임기를 채운 존 애덤스와 그 아들 존 퀸시 애덤스, 3년간 재임한 밀러드 필모어 등이 여기 들어간다. 8년간 재임하면서 한번도 거부권 행사를 하지 않은 대통령은 토머스 제퍼슨이 유일무이하다.
제퍼슨의 기록에 필적할 뻔한 대통령이 있다. 바로 현 조지 부시 대통령이다. 취임 후 6년 가까이 한번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던 그가 19일 처음으로 이를 행사했다. 의회가 통과시킨 배아 줄기 세포 연구지원 법안에 대해서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 회견에서 한 때 냉동 배아 세포였다 인공 수정을 통해 태어난 20여명의 아이들에 둘러싸인 채 “배아 줄기 세포에 대한 연방 정부 지원은 도덕적 경계선을 넘는 행위”라며 “이들 소년 소녀는 교체 부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와 동시에 과학적 연구를 위해 태아를 기르거나 낙태하는 ‘태아 양육’을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의원들은 줄기 세포 연구 지원 법안 실현을 위한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밝혔지만 부시 집권 중에는 어려울 것 같다. 이를 뒤집으려면 상하 양원 2/3의 지지가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 루즈벨트가 거부한 수백 개 법안 중 의회에서 다시 뒤집은 것은 9개에 불과하다.
의회가 통과시킨 법은 무조건 서명, ‘통법 대통령’이라는 별명이 붙은 부시가 배아 줄기 세포 법안에 관해서 만은 다수 여론을 무시하고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의 ‘하트’가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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