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으로서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학력? 경력? 능력? 이들 모두 도움은 된다. 그러나 결정적인 것은 아닌 것 같다. 좋은 학교를 나오지 않거나 특별한 업적 없이도 정계에 뛰어들어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선거에 뛰어들어 당선되려면 꼭 필요한 것이 세 가지 있다. 그중 하나는 자금력이다. 정치에 뜻을 품고 후보로 나오겠다면 당에서 제일 먼저 묻는 말이 있다. “얼마나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느냐”다. 선거에서 뽑히려면 우선 이름이 알려져야 한다. 그러려면 각종 매체를 통해 홍보를 해야 하는데 어느 것도 돈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 없다.
둘째는 조직력 혹은 연줄이다. 오래 동안 정치 관련 단체에 몸담으면서 힘이 돼 줄만한 사람들과 연줄을 맺고 그들의 도움을 청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예선에서 민주당 주지사 후보로 나온 스티브 웨슬리는 인터넷 기업 이베이 창설에 관여, 2억2,500만 달러를 번 사람이다. 그는 이중 3,500만 달러를 캠페인에 썼다. 그리고도 필 앤젤리데스에 졌다. 앤젤리데스는 노조와 5,000명의 자원 봉사자, 바바라 박서와 다이앤 파인스타인 연방 상원의원 같은 든든한 후원자를 갖고 있었다. 웨슬리의 돈이 앤젤리데스의 조직을 당해내지 못한 셈이다.
세 번째, 체력이다. 수만에 달하는 유권자 가정을 일일이 방문하고 각종 언론 매체 인터뷰에 응해야 하며 후원자들과 만나 자금을 모아야 하고 몇 달 동안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는 생활이 계속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머리는 빌릴 수 있어도 건강은 빌릴 수 없다”는 말로 체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중간 선거에서 한인 커뮤니티의 최대 수확은 미셸 박 후보의 조세 형평위원의 공화당 후보 당선이다. 조세 형평위는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가주 전체의 판매세를 직접 관장하며 그외 소득세와 재산세도 궁극적으로 감독하는 중요한 곳이다.
샌디에고에서 오렌지 카운티, 샌버나디노, 리버사이드, LA 카운티 일부 등 광활한 지역을 포함하는 제3지구에서 16만 5,000표를 얻어 쟁쟁한 백인 후보들을 물리치고 당당히 공화당 후보로 뽑혔다. 11월 본선을 남겨두고 있지만 이곳은 공화당 아성이라 공화당 후보가 거의 된다고 보면 된다. 박 후보가 당선될 경우 한인으로서는 최고위 공직자가 되는 셈이다. 이번에 받은 16만 표만 해도 지금까지 공직에 출마한 한인이 받은 표 중 최대다.
이같은 결과는 위에 말한 세 가지 요소가 합쳐 이뤄진 것이다. 박 후보의 남편은 가주 공화당 의장을 지낸 인물로 주 전체에 폭넓은 커넥션을 갖고 있으며 박 후보 또한 가장 많은 주류 사회 정치인을 아는 한인의 하나다. 이를 바탕으로 이번 선거에서 80만 달러를 모금하는 자금력을 과시했다. 거기다 지난 3년간 선거를 준비하며 하루 서너 시간밖에 못 자는 강행군을 계속했다. 표밭인 샌디에고와 정치 후원자들이 있는 새크라멘토는 50번 이상 다녀왔으며 600만 장의 전단을 발송하고 셀 수 없는 인터뷰와 후원 행사에 참석했다. 미국에서 정치에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모델이다. 정치란 정말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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