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중반 미국인들에게 가장 사랑 받던 소프라노 가수로는 릴리 퐁스를 빼놓을 수 없다. 프랑스 태생의 퐁스가 미국에 건너온 것은 서른살 갓 넘었던 1931년이었다.
그해 1월 메트로폴리탄에 데뷔를 했는데 그 전까지 미국에서 무명이던 퐁스는 단번에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인기가 얼마나 폭발적이었는지 “아침에 일어나 보니 유명해져있더라” 정도가 아니라 오후에 데뷔하고 “잠자리에 들 때쯤 되자 유명해져있더라”고 당시 한 잡지는 평을 했다.
자그마한 외모의 퐁스는 이후 30년간 메트로폴리탄의 스타로 전성기를 누렸는데 1937년 조지 거쉬윈이 사망 직전 그녀에게 바치는 곡을 작곡 중이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퐁스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 지를 보여주는 기록은 LA에도 있다. 바로 할리웃 보울이다. 1922년 공식 개장 이후 할리웃 보울에는 수많은 스타들이 거쳐갔다. 하지만 그 누구도 1936년 릴리 퐁스의 기록을 깨지는 못했다. 당시 이 예쁜 소프라노 가수를 보려고 모여든 관객은 2만6,410명. 할리웃 보울 사상 최고 기록이다.
릴리 퐁스에는 못 미치지만 4년 전부터 할리웃 보울에 기록이 세워지고 있다. 한인들로 1만8,000 전체 좌석이 메워지는 이변이다. 4년 전 한국일보가 제1회 할리웃 보울 한인 음악제를 기획했을 때 할리웃 보울 측은 부정적이었다. 난다 긴다하는 세계적 가수들이 와도 좌석 채우기가 쉽지 않은데 한국 가수들 모아놓고 몇 석이나 채울 수 있겠느냐는 시선이었다.
하지만 첫 음악제가 열리던 날, 할리웃 일대의 교통이 마비되고, 거의 2만명에 달하는 한인들이 꾸역꾸역 각지에서 모여드는 모습을 본 후 이들의 선입관은 완전히 바뀌었다. 한인들 대상으로 하면 행사는 성공이라는 인식이 지난 3번의 음악제로 확실히 굳어졌다.
할리웃 보울 한인 음악 대축제가 4회를 맞으면서 한인사회에서도 한가지 전통 같은 것이 굳어지고 있다. 매년 휴가 여행 가듯이 1년에 한번은 할리웃 보울 나들이를 가는 전통이다.
올해도 지난달 중순 입장권 예매를 시작하기가 무섭게 풀 서클, 가든 박스, 테라스 박스 등 황금 좌석들은 순식간에 매진되었는데 이런 내용들이다.
우선, 대가족의 가족 나들이. 각각 가정을 가진 형제자매들이 부모님 모시고 연례 행사로 할리웃 보울에 가는 전통이다. 그래서 4명씩 앉게 되어있는 가든 박스를 한꺼번에 4 박스씩 예매를 하곤 한다.
다음은 한국 스타들에 푹 빠진 틴에이저들. 9학년인 한 여학생은 지난 2달 반 동안 열심히 집안일을 했다. 엄마를 도와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강아지 샤워시키며 용돈을 벌어 모은 돈이 200달러. 할리웃 보울 제일 좋은 좌석에서 친구들과 모이기로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어린 자녀들을 둔 젊은 엄마들은 꼭대기 제일 뒷좌석을 단체로 구입한다. 아이들이 뒤에서 뛰어 놀수 있는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그외 동창들, 교우들, 동네 친구들이 삼삼오오 할리웃 보울 나들이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한인사회에 멋진 문화전통이 세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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