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LA 한인타운의 한 미국 교회 강당에서는 어버이날 경로잔치가 벌어졌다. 이번 주는 한국의 어버이날인 8일과 미국의 어머니날인 14일이 들어있는 어버이 주간인 만큼 시의 적절한 행사이다. 한인사회의 노인들이 한바탕 흥겨운 시간을 보냈을 테니 고마운 일이다.
어버이 주간에 어버이날 행사 - 행사로만 보면 이상할 게 없다. 그럼에도 눈길을 끄는 것은 행사의 규모이다. 주최측이 밝힌 바로는 이날 잔치에 동원된 점심도시락이 800 몇십 개. 적어도 800명이 참석했다는 말이다.
대단히 손 큰 사람의 대단한 동원 능력이라고 감탄을 하다 보니 결론은 ‘역시 -’였다. 요즘 남가주 한인사회에서 사람들 많이 모이는 모임은 으레 그렇듯이 이 역시 LA 한인회장 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가 주최한 자리였다.
이번 한인회장 선거일은 5월13일 - 핑계가 없어 ‘대접’못하는 후보들이 어버이 주간을 그냥 넘길 리가 없다. 어버이날 주제로 광고도 하고, 행사들마다 얼굴을 비치며 ‘한 표’를 부탁하는 것이 보통인데 노인들을 직접 모아서 경로잔치를 한 것은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일.
타 후보들이 ‘금권 선거’라고 이의를 제기할 만도 하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저마다 돈을 쓰고 있으니 공식적 문제 제기는 없는 상태라고 한다.
후보들이 노인들에게 각별히 정성을 쏟는 것은 물론 그곳이 표밭이기 때문이다. 역대 한인회장은 노인들이 뽑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제까지 주 투표자는 노인층이었다. 노인들 잘 모셔야 표가 돌아오는 이치는 이번이라고 다를 리가 없다.
그래서 최근 상한가를 친 것이 각 지역 노인상조회 회원 명부.
얼마전 한 여성은 어머니 앞으로 배달된 우편물을 받았다. 그의 어머니는 7년째 치매를 앓고 있어 바깥출입은 물론 외부 사람들과의 접촉도 없는 상태. 봉투를 뜯어보니 안에 든 것은 한인회장 선거 유권자 등록 확인증이었다.
사정을 알아보니 오래 전 할머니가 건강했을 때 어느 상조회 회원으로 가입했었는데, 그 명부가 한 후보의 캠프로 흘러 들어가서 본인도 모르게 유권자 등록이 된 것이었다. 7~8만명 유권자 등록 숫자가 ‘거품’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주 유권자들이 노인들이다 보니 후보들이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은 투표일 교통편. 선거관리 위원회는 이날 버스 2대를 준비해 한인 밀집 지역과 한인타운 투표소를 순회할 예정이다. 하지만 후보들이 두 손놓고 앉아서 기다릴 리가 없다.
한 후보는 50인용 버스 5대를 동원해 노인 아파트를 계속 돌겠다는 계획이고, 다른 후보들 역시 선거운동을 돕는 자원봉사자, 혹은 지인들을 통해 많게는 200대, 적게는 40-50대를 동원해 유권자들에게 교통편을 제공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근년 보기 드물게 열기 뜨거운 한인회장 선거 - 잡음 없이 잘 끝나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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