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인들에게 대학 진학은 “지구는 둥글다”만큼이나 확고부동한 전제이다. 한인 부모들 중 자녀를 대학에 보낼까 말까 고민하는 부모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학과 관련한 우리의 고민이란 대체로 자녀가 원하는 대학에 갈 성적이 안 되거나, 대학 보낼 가정 형편이 안 되는 것, 혹은 자녀가 학업에는 마음이 없고 엉뚱한 길로 나가려 하는 것 등이다. 한인 가정에서 대학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그런데 미국사회에서는 요즘 심심찮게 “대학에는 꼭 가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4년 동안 그 비싼 학비를 내면서 다닐 만한 가치가 있는가”이다.
미국에서 대학 교육이 일반 서민층까지 보편화 한 역사는 길지 않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대학진학은 별로 강조되지 않았다.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중산층으로 살아가는 데 별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평생 소득을 비교해볼 때 고졸자와 4년제 대학 졸업자 사이에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고등학교 교사 보다 광부가 더 돈을 많이 받을 정도로 육체 노동의 임금이 높았다.
하지만 불과 한 세대를 지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블루 칼라 직종과 화이트 칼라 직종의 임금 격차가 너무 벌어졌다. 2003년 기준 대학 졸업자의 평생 소득은 고졸자보다 62%가 높을 것으로 추산되었다.
테크놀로지 시대, 세계화의 시대에 단순 노동으로 최저임금 받아서는 아파트 렌트비도 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미국 사회도 이제는 대학 졸업장 없으면 먹고살기가 힘든 세상이 되었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대학 진학’이 도마 위에 올랐을까. 천정부지로 치솟는 학비 때문이다. 교육열 높은 한인들도 자녀가 일단 대학에 합격하고 나면 당장 닥치는 걱정이 학비이다. 공립대학인 UC에 입학해도 수업료와 기숙사비, 책값, 용돈 등 1년 학비는 2만 달러 선. 사립대학은 보통 그 2배를 잡아야 한다. 고등학교까지 학비 지출이 없다가 갑자기 수만 달러를 추가로 지출하려면 누구라도 허리가 휘어진다.
학비의 대부분을 정부로부터 보조받는 저소득층 학생이라면 모를까 부모 주머니에서 학비가 나간다면 굳이 대학에 그 많은 돈을 투자할 가치가 있을까 - 주로 경제학자들이 던지는 질문이다. 요즘 같이 인터넷으로 온갖 정보를 다 얻을 수 있는 시대에는 반드시 대학 강의실에 앉아서만 공부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대학 중퇴자인 빌 게이츠나 토마스 에디슨, 고등학교도 안 마친 피터 제닝스나 존 록펠러가 즐겨 거론되는 이름들. 그들이 ‘저 학력’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것처럼 사람의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지 강의실에서 얻은 지식으로 좌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대학 4년의 시간과 사립학교 학비 16만 달러를 잘 활용하면 대학 졸업장 보다 훨씬 훌륭한 투자가 될 수 있다고 그들은 주장한다.
대학을 장래 직업 잡는 수단으로만 본다면 일견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반면 넓은 눈으로 세상을 보는 연습, 나 자신을 발견하고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발견하는 기회로 생각한다면 반드시 맞는 주장도 아니다. 하지만 그 어느 쪽이든 대학이 얼마나 큰 투자인지를 우리 아이들이 좀 알아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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