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 부부는 미국에 온 후 수십년 동안 조그만 그로서리 스토어를 운영하다 얼마 전 은퇴했다. 새벽부터 장에 가 물건을 받아 오고 밤늦게까지 일해야 하는 생활 때문에 여행 한 번 변변하게 못했다. 그 동안 큰돈은 벌지 못했지만 먹고사는 문제로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얼마 전부터 A씨는 인근 양로원에 자원봉사자로 나가고 있다. 집에 가만히 있는 것보다 외로운 노인들과 말상대를 해주는 것이 보람이 있는 데다 식사도 나오고 작지만 차비도 준다. 은퇴 후 하루하루가 그렇게 즐거울 수 없다고 한다.
A를 아는 사람은 모두 그를 부러워한다. 그의 성실한 삶의 자세 때문이 아니다. 그의 세 딸 때문이다. A씨는 대학도 나오지 않았지만 그 딸들은 모두 하버드, 예일 등 아이비리그 출신이다. 큰딸은 의사, 둘째딸은 교수, 셋째 딸은 변호사다. 그야말로 미국에 이민 온 한인 가정이라면 누구나 부러워하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어떻게 자식들을 그렇게 훌륭히 키웠느냐고 물으면 자기는 열심히 사느라 노력한 것밖에 없고 일에 바빠 잘 돌볼 시간도 없었으며 아이들 스스로 ‘자기들이 알아서’ 컸다고 답한다. 아이들이 그다지 넉넉하지 않지만 성실히 사는 부모의 모습을 보고 그걸 배웠다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
B씨 가족도 아이를 하버드에 보내는 데는 성공했다. B씨는 한인 중에서도 교육열이 높기로 유명했다. 어려서부터 어떤 일을 해야 아이가 명문대에 갈 수 있는지 샅샅이 찾아 시키고 유명한 과외선생을 수소문해 공부시켰다. 아이가 하버드에 들어간 후에는 학부모들에게 어떻게 하면 명문대에 보낼 수 있나 강연까지 했다.
그런데 이 아이는 입학한 후 얼마 되지 않아 기숙사에서 자살했다. 정확한 이유는 아무도 모르지만 과중한 학업에 지나친 기대에 대한 부담감, 낙오에 대한 두려움이 겹쳐 이런 일을 저지르지 않았을까 주위 사람들은 추측하고 있다. 명문대에 진학한 한인 학생 가운데 상당수가 B씨 아이와 같은 고민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 교육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혼한 후 딸 둘을 데리고 사는 한인 여성이 딸을 폭행, 기소됐다고 한다. 딸이 대학 입학원서를 빨리 보내지 않는다며 물어뜯고 때렸다는 것이다. 이 딸은 하버드로부터 조기입학 허가까지 받았으며 그 언니도 하버드에 재학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모의 지나친 교육열이 부른 부작용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지녀가 명문대에 다니는 것은 분명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그것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명문대를 나오고도 불행한 삶을 사는 사람도, 그 반대의 경우도 수없이 많다. 더더구나 어느 학교를 가느냐는 궁극적으로 부모가 아닌 자녀의 결정 사항이다. 본말을 잊어버린 채 명문대에 넣기 위해 극성을 부리는 부모 모습은 아름답지 않다. 이번 자녀 폭행사건이 대입을 앞둔 자녀를 둔 학부모들에게 경종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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