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일 대규모 시위를 일주일 앞두고 LA 다운타운이 어수선하다. 불체자들에게 합법적 거주의 길을 열어주라는 요구를 골자로 한 이민자 권익옹호 시위에 히스패닉 커뮤니티가 유례없는 단합을 과시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업소의 종업원, 고객이 90여% 히스패닉인 한인 업주들은 심란할 수밖에 없다.
가장 답답하기는 다운타운의 봉제공장들. 종업원 수십명이 단체로 그날은 안나오겠다고 미리 선언을 하니 업주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입장이다. 시위 시간이 언제로 잡히든 종업원들은 아예 출근을 안할 채비들을 하고 있다.
“어머니날 대목을 앞두고 공장이 한참 바쁠 때인데 종업원들이 다 안 나온다고 한다. 일요일에 시위를 하면 좋으련만 왜 굳이 월요일에 하는지 원망스럽다”고 업주들은 걱정을 한다.
자바시장 가게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소매상들은 봉제공장에 비해 히스패닉 종업원 의존도가 훨씬 낮지만 대신 고객이 히스패닉이니 결과는 마찬가지이다. 한 업주는 말한다.
“종업원이 안나오면 나 혼자서라도 가게를 볼 수는 있어요. 하지만 모두 데모하러 나가서 물건 사러 안 온다니 소용없는 일이지요”
대규모 시위를 앞두고 이민국 단속이 강화된 것 역시 다운타운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만드는 또 나의 요인이다. 25일에도 “로스앤젤레스 블러버드, 4가와 5가 부근을 단속반이 급습했다며 그곳 히스패닉 종업원들이 모두 11가 쪽으로 피해왔다”고 그 지역 업주는 귀뜸 했다. 연방의회의 반 이민 개혁 움직임, 히스패닉 커뮤니티의 강력한 저항, 그에 맞대응 하는 이민국의 단속 강화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히스패닉들이 다운타운을 떠나는 것도 한인 업주들에게는 부담이다.
“종업원 50명 있던 바느질 공장에 지금은 20명도 안 남았어요. 불체자 단속이 심해지니까 단속 덜 하다는 타주로 떠나버린 때문이지요. 바느질 할 사람 구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멕시칸 불체자들이 단속에 걸리면 그대로 멕시코 국경너머로 보내지는 데, 이들이 미국으로 되돌아오기가 전처럼 쉽지가 않다. 비용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500달러만 주면 몰래 넘어오는 일이 가능했는데 이제는 그 비용이 서너 배로 올랐다는 것. 그래서 불체자들이 되도록 단속 뜸한 농업지역이나 타주로 이주하는 것이 추세라고 한다.
멕시칸 불법체류자 종업원과 14년째 같이 일하고 있다는 한 업주는 말했다.
“14년을 착실히 일하면서 살아도 이 사람들이 스스로 영주권 얻을 방법은 없어요. 이렇게 오래 된 사람들은 합법적으로 살 수 있게 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어차피 가짜 신분증 만들어서 할 일 다 하며 사는 게 현실인데 말이에요. 이 사람들 없으면 궂은 일을 누가 하겠어요? 백인이 하겠어요, 흑인이 하겠어요? 이들이 일주일쯤 파업하면 아마 전국이 마비될 거예요. 그런데 숫자가 너무 많으니 다 사면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미국정부의 고민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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