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세를 하려면 줄을 잘 서야 한다는 것은 동서고금을 통해 변함없는 진리다. 후진타오 중국 주석도 그런 대표적 인물의 하나다. 강서성 출신으로 베이징 청화대에서 수력 공학을 전공한 그는 공산당 중앙 교육원에서 덩샤오핑 딸과 후야오방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 아들과 함께 수학하는 행운을 얻는다.
이들의 소개로 중국의 실력자의 눈에 든 그는 그야말로 비약적인 출세를 거듭, 50대 약관의 나이(중국 기준)로 최고 권력 기관인 중국 공산당 중앙 상임위원으로 발탁된다. 한 때 ‘장쩌민의 꼭두각시’라는 소리도 들었지만 이제는 주석과 총서기, 군사위원장 자리를 한 손에 쥔 실력자로 부상했다.
그가 주는 첫 인상은 서구형의 호인이다. 매너도 세련되고 국제 무대에 내놔도 별 손색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런 겉모습과는 달리 매서운 면모도 지니고 있다. 1988년 티벳 자치구 당 책임자로 임명됐을 때 자치를 요구하는 인사들을 무자비하게 탄압, 수많은 운동가들을 죽게 했다.
그런 후진타오가 주석이 된 후 처음 미국을 방문, 20일 부시 대통령과만난다. 그는 이에 앞서 시애틀을 방문, 보잉 항공기 수십 대를 구입하고 빌 게이츠 자택에 들러 첨단 기기로 가득 찬 미래의 주택이 어떤 것인지 살펴봤다. 카페 라테를 함께 마셨는지는 모르지만 스타벅스 커피 체인 회장과도 만났다는 소식이다. 미래를 지향하는 중국의 이미지를 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미국 정부는 백악관 정원에서 21발의 예포를 쏘며 그를 환영할 계획이지만 부시와의 만남이 즐겁지만은 않을 모양이다. 통상과 위안화 절상 등 복잡한 문제에다 부시 행정부가 중국 정부의 탈북자 강제 송환을 의제로 잡아 놓고 있기 때문이다.
백악관은 미중 정상 회담을 앞두고 이례적으로 성명을 발표, 탈북했다 강제로 북송된 김춘희씨의 안전에 우려를 표시하고 이를 강행한 중국 정부를 비판했다. 백악관이 탈북자 개인 신상에 대해 관심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그 동안 미국 내 기독교 및 북한 인권 단체가 탈북자들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온 결실이기도 하다. 워싱턴포스트와 월스트릿 저널 등 미 주요언론도 이를 사설과 1면 주요 기사로 다뤘다.
김씨는 다른 일가족이 한국으로 탈출했다는 이유로 북한 감옥에 수감됐으며 거기서 5살 짜리 아들을 잃었다. 중국으로 건너온 김씨는 달리안에 있는 한인 학교에 들어가 망명을 신청했으나 학교 측에 의해 쫓겨났다. 김씨는 그 후 베이징에 있는 학교에 진입하려다 체포돼 북송됐다.
중국은 지난 20여 년간 대대적인 경제 발전을 이룩했지만 인권에 대한 관심은 수준 이하다. 한쪽에서는 첨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도 다른 한쪽에서는 처형자들의 장기 매매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런 면에서 후진타오는 야만과 첨단이 공존하는 중국의 두 얼굴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이런 이중적인 행태가 언제까지나 계속될 수는 없다. 중국이 하루 빨리 인권을 존중하는 진정한 선진국의 길을 향해 나가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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