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후 4시쯤 SF한인회관에서 한국전통무용가 김일현 씨(왼쪽) 지도 아래 한인 어린이들과 타민족 어린이들이 어울려 부채춤을 배우고 있다.
한인어린이 서넛, 타민족어린이 예닐곱
“한국문화 홍보사절이 따로 없어요”
김일현 어린이무용단, SF청소년축제 특별공연
사뿐히 돌아서는 꼿발 맵시가 여간 아니다. 어깨를 들썩이며 접은 두 손을 펴는 순간 고사리손에 안겨진 부채들도 일제히 낯을 편다. 정지. 한국고전무용가 김일현 교사가 다가가 어깨펴짐 부채펴짐 상태를 바로잡아준 뒤 손수 쥐고 있던 부채로 자신의 허벅지를 타닥 치며 다시 육성장단-. 아이들이 내민 꽃발을 접으며 돌아선다. 활짝 펴진 부채들도 접혀지고 시선도 아래로 옆으로….
매우 월요일 오후 3시쯤이면 샌프란시스코한인회관 강당에는 어린이 부채꽃이 만발한다. 이 건물 한켠에 둥지를 튼 재미한인여성예술인및작가협회(KAWAWA, 회장 백종민)가 한국전통문화 보존과 전수를 위해 펼쳐오고 있는 무료봉사 프로그램 덕분에 10여명의 어린이들이 김 교사로부터 부채춤 북춤 칼춤 등 다양한 춤을 배우며 한국 한국인 한국문화를 익혀가고 있는 것이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때로는 호통까지 들어가며 약 2시간동안 그렇게 ‘노는 재미’를 접어둔 어린이들은 누구일까. 6개월정도 된 초등학교 5학년생 이주현 양도 있고 아직 말귀를 알아듣는 것도 어설픈 유치원생 김수빈 양도 있다. 그러나 이들 한인어린이들은 정작 그시간 한인회관에서는 소수계가 된다. 조세핀 코미어, 샘 코미어, 한비 삭스, 진희 웨버, 키어런 휴즈, 에드워드 휴즈, 라일라, 엘리자베스 스턴, 사이먼 스턴 등등. 유치원생부터 5,6학년생들인 이들의 대부분은 이중문화가정 어린이거나 아예 타민족 어린이들이다.
“엄마(아빠)가 배우라고 그랬는데요 해보니까 재미있어요.” “누나가 배우니까 나도…” “한국말도 배워요.” “한국사람 선생님(김일현 교사) 참 좋아요.” “한국에요? 그럼요. 가보고 싶어요.”
지난 3일 오후 4시30쯤, 외동딸 엘리자베스 양을 데리러 미리 나왔다가 마무리 몇장면을 지켜본 어머니 조이스 스턴 여사는 한술 더 떴다. “나도 한국말을 배워요. 한국문화에 매력을 느끼고 있지요. 내년에는 내년에는 하면서 못갔는데 내년에는 꼭 한국에도 가볼 거에요.” 진희 웨버 양의 아버지인 아일랜드계 레이철 웨버 씨도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며 “그레잇”을 연발하더니 “나도 절반의 한국인”이라며 웃었다.
오후 5시쯤, 제자들이 하나둘 떠난 뒤 짐을 챙기며 김 교사는 굳이 문화외교 등 거창한 말을 들먹이지는 않았지만 “처음에 가르친 아이들이 이제 대학생이 되고 그랬는데 언제부턴가 외국 아이들이 더 많아졌다”며 “한동작 한동작 익혀가는 걸 보면 정말 대견하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교사가 지도하는 어린이무용단은 다음달 SF청소년축제 주최측으로부터 초대받아 특별공연을 한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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