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6개월의 시차를 두고 LA를 방문한 두 문인의 궤적이 인상적이다. 지난해 10월 LA를 방문한 소설가 황석영씨는 자동차 접대를 받는 등 LA한국문화원의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북한 방문 등으로 옥고를 치렀던 그의 전력에 비하면 한국 공무원의 융숭한 대접은 ‘세상 인심은 변하게 마련’이란 평범한 진리를 또 한 번 일깨워줬다.
이름값에서 뒤지지 않는 또 다른 문인 김지하씨가 이달 LA를 방문했다. ‘오적’으로 그 역시 독재 정권의 미움을 산 전력은 황씨에 못지 않으나 김씨는 생명사상에 심취,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씨의 생명사상은 한국의 진보진영으로부터 ‘극단적 민족주의’‘공격적 보수주의’란 비난도 사고 있다.
4일 LA 한인타운에서 가진 김씨의 초청 강연회에서 LA 한국공관원은 물론이고 한국문화원 관계자들조차 보이지 않았다. 한국의 대표적 문인이 한류를 주제로 강연을 가졌음에도 한국 문화의 미국내 소개와 한류 문화 홍보의 책임을 맡고 있는 LA한국문화원은 큰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이다.
LA한국문화원의 관계자는 “인력이 달려서 모든 문인들의 방문을 챙길 수 없다”면서 “황석영씨는 문화원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졌기 때문에 문화원에서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LA한국문화원은 이날 한국 정부가 공문까지 발송해 ‘잘 챙길 것’을 지시한 예술원 회원인 김남주 시인을 공항에 마중 나갔었다.
세상 인심은 항상 변한다. 높이 올라갈수록 미풍에도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정권과 친근지수에 따라 대접이 바뀌는 것을 한 두 번 본 것도 아니지 않은가.
<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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