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중 가장 긴 달은. 많은 부모들에게 정답은 3월로 돼 있다. 자녀의 대학진로가 결정되는 달, 그 달이 여간 길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 ‘기나긴 달’에 이 땅에 사는 한인들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한 가지 예의가 있다고 한다. 남에게 애가 어느 대학에 가게 됐는지 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좋은 대학에 가게 됐다. 묻지 않아도 소식이 들려오게 돼 있다. 말이 없다. 이 경우는 뭐가 잘 안 된 것이다.
거기다 대고 어느 대학이 됐느냐 묻는다. 남의 속을 뒤집는 짓이다. 때문에 3월의 지켜야 할 중요한 예의범절의 하나가 대학에 관한 질문은 삼가는 것이라고 하던가.
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부모들로서 모름지기 지켜야 할 또 하나의 필수 에티켓이 있다. 혼기의 자녀를 둔 부모에게 자녀의 결혼 여부를 묻는 것, 이 역시 안 된다는 것이다.
결혼 할 때가 지났다. 그런데 그 부모로부터 아무 얘기가 없다. 이 경우도 묻지 않는 게 에티켓이다. 침묵한다는 건 자식의 혼인 문제로 속을 끓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으니까.
침묵의 원인은 여러 가지다. 그렇지만 많은 경우 국제결혼이 여전히 침묵의 주 사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제결혼=집안망신’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러니 그런 일이 생기면 아예 입을 꼭 다물었던 것. 요즘은 다소 달라진 분위기다. 그러나 여전히 자랑은 아니다. 때문에 쉬쉬하는 경향이다.
왜 쉬쉬하는가. 필요 없는 질문이다, 한인들이면 설명을 안 해도 다 아니까. 그건 그런데 한 가지 묘한 사실이 발견된다. 이율배반의 마음이라고 해야 하나, 그게 새삼 엿보여서다.
이 땅을 스스로 선택했다. 이 땅의 가치관, 제도, 그리고 쉽게 얘기해 미제 물건까지 맘에 들어서다. 그러면서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받아들이기를 한사코 거부하고 있어서다.
한국의 농어촌 남성의 36%가 외국 여성과 결혼했다는 발표다. 어느 지역 교실에는 학생의70%가 혼혈아동이라는 얘기까지 들린다. 한국의 농어촌이 혼혈사회로 가고 있다는 거다.
이렇게 변해가고 있는 한국 사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민족과 혼혈인에 대한 냉대는 여전히 심각하다. 제도적 뒷받침도 없는 상태라는 것. 새삼 지적되는 게 피부 빛 쇄국주의다. 단일민족이라는 허상 속에서 굳어진 한국적 정서가 피부 빛 쇄국주의를 불러왔고 그 결과 외국인과 혼혈인에 대한 편견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이게 어디 한국 내로만 국한된 얘기일까. 미주 한인의 일반 정서도 마찬가지 아닐까. 이런 한국적 정서에 너무 충실하다. 그러다 보니 열린사회에서 ‘우리’만의 닫힌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다. 해서 하는 말이다.미식 축구의 영웅 하인스 워드의 한국방문이 시작됐다. 혼혈인에 대한 시각이 얼마나 달라질까. 한국에만이 아니다. 이는 미주 한인사회에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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