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브로즈 비어스(1842~1914)는 특이한 인물이다. 초기에는 에드가 앨런 포우를 연상시키는 초현실주의적 소설로 이름을 떨쳤고 나중에는 서부 지역 최고의 비평가로 문인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철저한 냉소주의자였으면서도 70세가 넘은 나이에 멕시코 내전에 뛰어들어 산적 판초 비야와 함께 싸우다 죽었다. 일설에는 그와 전략을 놓고 다투다 총살됐다고도 하지만 정확한 사망 원인은 아무도 모른다.
살아있을 때는 문필가로 유명했지만 지금 사람들이 그를 기억하는 것은 ‘악마의 사전’(Devil’s Dictionary)이라고 불리는 냉소주의자들의 바이블 때문이다. 사전에 실린 단어의 뜻을 그만의 시각으로 새롭게 조명했다. 예를 들면 ▲냉소주의자: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나쁜 놈 ▲황당무계: 내 주장과 다른 생각 ▲아는 사람(Acquaintance): 돈을 꿀 정도는 되지만 빌려주지는 못하는 사이 ▲찬사(Admiration): 나와 닮은 점에 대한 인정 ▲재난: 두 가지가 있다. 우리에게 닥친 불행과 남에게 찾아온 행운 ▲정치: 원칙론으로 위장한 이익 싸움 등등.
그는 이 책에서 ‘불신자’를 “이 곳에서는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이지만 콘스탄티노플에서는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그의 이 말이 생각나는 것은 최근 한국과 미국에서 영화 ‘다빈치 코드’의 상영을 금지하려는 운동이 일고 있다는 뉴스를 보면서다.
한국 기독교 총연합회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게 ‘신성을 모독하는 영화 상영을 법적으로 금지할 용의가 있느냐’고 묻자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미국에서도 기독교 단체들을 중심으로 그 상영을 막으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들 단체들의 주장은 영화의 내용이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기독교와 예수를 모독하고 있으므로 이것이 일반에 공개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참으로 한심한 발상이다. 유럽에서 마호메트 풍자 만화가 나와 회교도들이 난동을 부린 것이 불과 얼마전이다. 그 때 유럽의 식자층들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이해 못하는 회교권의 후진성을 규탄했다. 마호메트를 모욕하는 것은 괜찮고 예수를 왜곡하는 것은 안 된다는 말인가.
연방 수정헌법 1조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것은 모든 주장이 사실이어서가 아니다. 오류를 바로 잡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이를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사상의 시장’에서 모든 주장이 경합을 벌이게 하는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다빈치 코드’는 초기 기독교에 관한 숱한 오류를 담고 있으며 예수가 막달라 마리아 사이에 자식을 낳았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사실인양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학술서적이 아니라 소설이다. 설사 학술서적이라 하더라도 그 잘못을 공개적으로 지적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지 아예 그 출판을 막겠다는 발상은 잘못된 것이다.
중세 기독교는 지동설을 주장한 갈릴레오를 무릎 꿇게 하고 우주 무한론을 편 브루노를 화형에 처하는 등 숱한 과오를 저질렀다. ‘다빈치 코드’의 저자 댄 브라운을 제2의 갈릴레오로 만들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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