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들어 중년기에 대한 화두가 빈번하다. 중년의 시작은 몇 살부터라고 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40에 들어서면서라고 하지만, 실제적으로 40을 갓 넘은 사람에게 중년의 이미지를 찾기엔 아직 이른 감이 있는 것 같다. 평균 연령이 길어진 요즘은 더욱 그렇다.
심리학자 래빈슨(D. Levinson)에 따르면 중년을 가르는 포인트는 삶을 바라보는 시각적 기어의 이동(shift)에 있다. 즉, 태어나서부터의 살아갈 시간(time since birth)과 남아있는 삶의 시간 (time left to live)으로 자신의 삶을 보는 관점의 터닝포인트이다. 굳이 숫자로 말하자면 대략 45세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이 나이가 되면 사람들은 어느 순간 자신이 더 이상 젊지 않다는 느낌을 갖게 되며 자신에게 남아 있는 시간을 가늠해 보는 시각으로 바뀌게 된다.
중년이 되면 청장년기에 이것저것을 이루며 앞뒤 보지 않고 올라온 고원지대의 전망대에 서게 된다. 잠시 걸음을 멈춰 숨을 고르며 삶의 깊이와 넓이를 깨우친 눈으로 자신의 삶을 관조적으로 내다볼 수 있게 되는 나이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치열하게 살아온 자신의 삶에서 얻은 것과 잃은 것이 무엇인가 대차대비를 하며 삶의 중간결산을 해보게 된다. 그동안 어떻게 자신의 삶을 가꾸어 왔는가에 따라 중년의 시간은 자신의 적 혹은 친구가 되어 자기 앞에 서게 되는 것이다.
중년의 중간 결산서는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가져다줄 수 있다. 경쟁심을 가지고 양으로 살아왔던 자신의 삶을 조망하고 더 이상 그런 삶을 살기를 거부하기 원하는 통찰력을 주기 때문이다. 경쟁심으로 마구 흩트려 놓았던 삶의 조각들을 거둬들이고 이제는 자신이 진정 원하는 질로 사는 삶의 코스로 전환하고 싶은 마음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종종 들려오는 중년과 위기라는 말을 꼭 한 쌍으로 비참한 짝짓기를 할 필요가 없다. 중년은 아직도 자기의 삶을 수정할 기회가 있고, 과거의 경험과 아직도 ‘창창한’ 미래라는 두개의 카드로 다시 한 번 삶의 게임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나이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중년의 중간 결산서를 보며 “내가 그때 그렇게 했더라면”이라는 아쉬움과 실수들을 다시 반복하지 않도록 자극 받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자신의 삶을 완성한다는 의미에서, 중년의 삶에 꼭 필요한 것은 아직도 도처에 널려 있는 가능성을 향한 비전과 미래형 통찰력이다. 이제까지 살아온 경험의 경계선을 넓혀보고자 자신의 능력이나 가능성에 도전해 보는 중년이 되자.
무엇보다도 멋진 중년기를 보내기 위해서는 자기 관리를 해야 한다. 여러 가지 욕망에 끌려 자신의 건강과 삶의 질을 갉아먹는 라이프 스타일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이라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변화하고 성숙하기 위해 언제 어떻게 무엇을 할까라는 질문을 하며 중년기의 중간 결산표를 보는 사람은 훗날 인생의 끝에 흐뭇한 미소를 띠며 ‘만족’이라는 인생 결산표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www.drkyungso.com
서경화(임상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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