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가 문화란에서 소개한 안톤 체홉의 4대 걸작중 하나인 ‘벚꽃 동산’을 대학을 졸업한 손자와 함께 관람하고 왔다.
이 희곡과의 인연은 6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시절 동아리 모임에서 이 작품을 무대에 올려 내 자신도 단역이기는 하나 필리스 역을 맡아 열연을 한 덕분에 당시 연극계의 태두였던 허집 선생으로부터 칭찬을 받은 기억이 있는 작품이다. 그런 인연으로 해서 한국일보 기사를 보고 덧없이 흘러간 청춘시절의 낭만과 꿈이 그리워지며 그 연극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억제 할 수 없어 손자로 하여금 인터넷검색을 통해 고가의 입장권을 마련하고 2주간을 넘게 기다린 후 겨우 관람하게 된 것이다.
LA 다운타운 1가와 그랜드 애비뉴 뮤직 센터 구내에 자리하고 있는 마크 테이퍼 포럼 극장에 밤 7시에 도착하고 보니 개장을 7시 반에나 한단다. 쌀쌀한 날씨에 몸도 녹일 겸 야외난로가 설치된 야외 스낵바에서 간단한 음료를 시켜놓고 시간을 보냈다. 개장시간이 가까워지자 삼삼오오사람이 모이기 시작한다.
개장시각인 7시 반이되어 극장입구 쪽으로 다가가니 벌써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질서 정연하게 입장을 하고 있다. 7, 800석은 됨직한 모든 자리가 다 무대가 훤하게 잘 보일 수 있도록 그렇게 오밀조밀하게 설계된 아주 훌륭한 극장이었다.
개막 10분전 극장 안을 이리저리 살펴보니 좌석은 백인으로 완전 만원이다. 이렇게 백인 일색의 관객을 보니 아직도 우리는 서구 전통고전문화에 대하여는 변방인에 불과한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윽고 8시 조금 지나 관객석의 불이 꺼지면서 연극은 시작됐다. 워런 비티의 아내 되는 미모의 애닛 배닝이 여주인공 라넴스카야 부인 역할을 맡고 남주인공 로파힌 역에는 알프레드 몰리나가 맡아 열연하였다. 내가 소시적에 했던 필리스역에는 앨런 맨들이라는 배우였다.
이번 무대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 받고 회자된 유명작품이라 해도 그 작품을 다루는 사람에 따라 시점과 견해가 다룰 수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60년 전 우리 젊은 동호인들이 이 작품을 무대에 올려놓았을 때는 러시아 귀족계급인 대지주가 극심한 시대변천을 거역 할 수 없어 불가피하게 몰락하며 망해 가는 과정에 역점을 두고 소멸과 무상을 한탄하는 장송곡의 미학에 초점을 두었다. 그러나 이 ‘벚꽃 동산’은 아냐와 그의 애인 대학생을 전면에 내세워 미래지향적이며 미지에 대한 도전과 꿈을 부각시킴으로 미국적 기질을 십분 발휘 코믹하게 잘 그렸다.
미국에서 태어나서 미국화 된 손자도 크게 공감하는 눈치였다. 이번 관극을 통해서 LA 백인주류사회의 문화수준을 가늠하게 되였으며 아울러 우리 한인들의 문화선호도에 대하여 여러 가지로 생각과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격조 높은 문화 행사를 발굴, 독자에게 소개하는 한국일보에 감사한다.
김창섭 몬테리팍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