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지상에 주기적으로 잊어질 만하면 나오는 기사가 있다. 자바시장의 한인 상인이 유명 브랜드 제품을 모조해 적발됐다는 기사다.
한인들의 상품 도용은 중국 대만인과 더불어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있다. 2주전 파리 패션쇼에서 처음 공개됐던 핸드백이 동대문 시장에 똑같이 만들어져 나왔다는 이야기는 이제 뉴스로 다뤄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같이 남의 상품을 카피(copy)하는 행위가 이 곳 LA 한인 관광업계에도 만연해 항상 씁쓸한 마음을 지울 길이 없다.
신문광고에 좀 괜찮다 싶은 상품이 나오기라도 하면 며칠 내에 이름과 가격만 틀린 똑같은 상품이 소비자에게 여지없이 선보여진다. 문장과 디자인만을 약간 바꾸었지 내용 면에서는 경쟁업소와 조금도 다를 것이 없다. 타사의 광고 상품이 마치 자사의 아이디어 뱅크에서 나온 것인 양, 그보다 낮은 가격으로 일단 견적을 뽑아 광고를 낸다. 소비자 역시 이런데 익숙해져 있다 보니 상품의 질은 뒷전이고 가격만 따지고 드는 형태가 반복되고 있다.
혹자는 같은 상품을 낮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어 더 좋은 게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기자의 경험과 소비자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는 역시 ‘싼 것이 비지떡’. 가격을 낮추자니 자연히 숙박과 식사의 질은 떨어지고 요구하는 옵션과 팁이 터무니없이 높아진다.
같은 가격에 행선지를 늘리는 일명 ‘보너스 투어’ 마케팅 작전을 펴는 업소도 있다. 타사의 일정을 그대로 모방하고 방문지를 3~4개 더 동일한 가격에 추가한다는 그럴듯한 광고를 내는 것이다. 일단 이런 상품을 구입하게 되면 여행 일정이 너무 빡빡하게 잡힌다. 일정이 너무 타이트하다 보면 매순간 편안해야 할 여정이 마치 유격훈련을 받듯 힘에 부치게 된다. 신체와 마음에 무리를 주게 돼 여행의 만족도는 저하된다.
여행 일정은 자신의 연령과 신체조건에 따라 필요에 따라 여행을 하면서 조절해야 하는데 단체여행은 이것이 불가능하다. 낮에는 열심히 관광지를 둘러보더라도 저녁에는 가능한 잠을 자야 하지만 잘못 ‘보너스 투어’를 구입해 여행을 하다보면 관광버스는 호텔에 밤 10시가 넘은 시간에 도착하게 되고 가이드는 다음날 새벽 6시전까지 다시 로비에 모이라는 힘든 오더를 내리게 된다. 즐거워야 할 여행중 병이라도 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최근 들어 고품질·고가격의 여행상품을 판매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나는 추세이긴 하지만 아직도 일부 여행사들은 덤핑에 가까운 가격으로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관광업계는 그 동안 수십 차례에 걸쳐 모임을 같고 상품 모방과 덤핑 경쟁을 자제하기로 합의했지만 모임 뒤 나오는 광고들은 전혀 변함이 없다. 상품 모방과 덤핑 경쟁으로 매년 어김없이 1~2개의 업소는 문을 닫기만 아직도 제살 파먹기 경쟁은 여전하다.
소비자의 욕구를 십분 고려한 독자적이고 획기적인 관광상품 개발이 필요한 시기임을 관광업계 모두가 인식해야 할 시점이다.
백두현
특집1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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