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한국의 지하철역에서 70대 후반의 노인이 중학교 남학생에게 떠밀려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지하철의 자리가 발단이 된 어처구니없는 사고였다.
노인이 지하철을 탔는데 아무도 자리를 양보하지 않자 “요즘 애들은 눈치만 보고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고 앞의 소년을 꾸짖었다. 한국적 정서로 손자뻘 되는 아이에게 훈계하는 것은 으레 있는 일. 하지만 ‘요즘 아이들’에게는 그게 안 통했다.
소년은 지하철에서 내리는 노인을 뒤쫓아가 따졌다. 그리고도 화를 못 참아 발길질을 한 것이 노인을 승강장 계단으로 굴러 떨어지게 만들었고, 노인은 머리를 다쳐 사망했다.
사건이 보도되자 “이젠 겁나서 아이들을 야단이나 치겠나”“한국이 점점 콩가루 집안이 되어간다”며 요즘 세태를 걱정하는 여론이 높았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미주 한인사회에서는 아직까지 한인들이 모인 곳에 가면 어른을 공경하고 윗사람을 배려하는 한국적 가치가 많이 살아있는 것이 다행이다.
하지만 한인 숫자가 많아지고 커뮤니티가 커지면서 전에는 상상도 못하던 일들이 한인사회 일각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50대 중반의 1세 남성은 얼마 전 꿈에도 잊지 못할 치욕적인 경험을 했다. 친구들과 어느 술집에서 술을 마시던 중이었다. 1.5세로 보이는 20대 초반의 청년들이 너무 떠들기에 참다 못한 그가 한마디를 했다. 나이로 보아 아들 뻘이고, 술도 마신 김에 그는 “어른들도 있는데 젊은 사람들이 왜 이렇게 떠들어!”하고 좀 언성을 높였던 것 같다.
청년들은 곧 조용해지고 그들 일행도 기분 좋게 술자리를 끝내고 나왔다. 문제는 그 다음. 일행과 헤어져 주차장으로 걸어가는 데 갑자기 옆구리에 차가운 물체가 닿았다. 총이었다. 그러더니 “꿇어”하는 소리와 함께 술집의 청년들이 그를 에워 쌓다. ‘새파란 아이들’앞에서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나서야 그는 그날 밤 풀려났다고 한다.
물론 모든 젊은이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젊은이들의 태도에 변화가 오고 있다는 사실은 신문사의 취재 기자들도 느끼는 점이다. 아무리 난폭한 갱 단원이라도 한인 어른들 앞에서는 공손해지던 것이 90년대까지만 해도 일반적이었다.
취재하던 기자가 “너희들 왜 그런 짓을 했느냐. 바르게 살아야지”하고 야단을 치면 덩친 큰 갱들이 고개를 푹 숙이고 “예”하던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모습 보기가 힘들다. 일선 기자들이 갱 관련 사건 취재를 가면 관련자의 친구들이 사진기자의 카메라를 집어던지며 험악하게 대들어 공포감을 느끼는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니다.
집안에도, 커뮤니티에도 ‘어른’이 있어야 질서가 잡힌다. ‘무서운 아이들’이 많아 진다는 것은 집안에, 커뮤니티에 ‘어른’이없다는 말과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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