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이건회 회장 일가가 8,000억원을 사회에 헌납한다는 발표를 했다. 미국 돈으로 8억 달러가 넘는 액수를 기부한다는 뉴스를 보면서 이곳 한인사회 서민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내 월급을 몇년이나 모으면 그 돈이 될까”“그건 이 회장 일가 재산의 몇 %나 되는 액수일까?”“돈이 많으니 좋긴 좋다. 그만한 돈을 턱턱 내놓을 수 있으니…”“이 회장 일가에게 그 정도 내놓는 건 아무 것도 아닐 거야”“아무리 삼성이라도 그런 거액을 내어놓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그만한 돈을 내놓을 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삼성측이 공식적으로 밝힌 이유는 ‘정치자금과 자식들의 증여 문제’로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친 데 대한 죄송함이다. 삼성이 자기 반성과 사회적 기여 의지를 보임으로써 국민들의 ‘반 삼성’정서를 달래 보겠다는 뜻으로 해석이 된다.
삼성은 한국의 대표 기업이라는 점에서 한국민들의 자랑거리가 되어야 마땅하다. 미주 한인들은 미국 백화점에 가서 삼성이나 LG 등 한국 제품들이 우수 상품으로 대접받는 것을 보면 뿌듯한 게 사실이다. 그들 기업이 코리안으로서의 자부심을 높여주는 것을 실감한다.
그런데 정작 한국 내에서는 삼성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너무 많이 가졌는데 또 더 갖기 위해 불법과 편법을 동원해온 전력 때문이다. 2세들에 대한 편법 상속, 대선 자금 등을 통한 불법 정치권 로비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재산 기증에 대해서도 전반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 속에 ‘비난 여론 무마용’이라는 부정적 시선이 없지 않다. 하지만 재벌이 여론을 의식해서 변화를 시도한다는 것 자체가 발전이라고 볼 수 있다.
기업의 기부가 관행으로 굳어진 미국 사회라고 해서 처음부터 기업이 종업원을 아끼고 사회를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독과점 횡포, 노조 탄압 등으로 악명 높았던 기업들이 나중에는 사회에 재산을 환원하며 공헌하는 기업들로 전통을 세워나갔다.
현재 기부 문화를 선도하는 가장 대표적 인물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 소프트 회장. 지난해 타임이‘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게이츠 회장 부부는 288억 달러의 기금을 조성해 아프리카의 질병 퇴치, 미 전국 도서관의 컴퓨터·인터넷 보급, 장학금 지급, 빈곤층 돕기 등 자선사업을 하고 있다. 2004년 한해동안 지급된 액수만 12억5,000만 달러가 넘는다.
게이츠 부부가 이 엄청난 돈을 자선기금으로 내놓는 이유는 “부를 가진 사람은 사회 환원으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해야할 특별한 기회와 심각한 책임을 갖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민 역사가 깊어지면서 미주 한인사회에도 평생 일군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한 재단들이 등장하고 있어 반갑다. 장학 선교사업의 뿌리가 깊은 ‘매영숙 재단’ 홍명기 듀라코트 사장의 ‘밝은 미래 재단’최근 설립된 고석화 윌셔은행 이사장의 ‘고선 재단’등이다. 한국, 그리고 미주 한인사회에 이웃과 함께 나누는 기업들이 많아져서 다 같이 잘 사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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