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한인 비즈니스 가운데 기업 형태를 갖춘 대표적 업종이 은행이다. 지난 수년간 금융 비즈니스의 호황으로 은행 수도 많이 생겼고 규모도 커졌으며 은행원에 대한 대우도 현저히 향상됐다. 은행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행장의 경우 연봉이 최고 50만달러가 넘으면서 미 대기업 중역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겉보기의 화려함에도 불구하고 역대 한인 행장 치고 유종의 미를 거두고 물러난 사람은 별로 없다. 지금은 비교적 안정된 편인 중앙은행의 경우 일찍이 찰스 김 행장이 이사들과의 다툼 끝에 은행계를 물러났고 가주 외환은행을 독립시켜 주식을 상장시켰던 박광순 행장도 갑자기 중도하차 했다. 나라은행의 홍승훈 행장은 임명된지 불과 몇달되지 않아 해직돼 지금까지 ‘최 단명 행장’이란 기록을 갖고 있다.
최대 한인은행인 한미은행은 지난 10여년간 좋게 물러난 행장이 거의 없었다. 벤자민 홍 행장은 이사들의 문전박대 속에 은행을 떠났고 그 뒤를 이은 민수봉 행장은 같은 운명을 예감하고 임기를 몇개월 남긴 상태에서 전격 윌셔은행으로 옮겼다. 그 후임자인 육증훈 행장은 재신임을 받자마자 돌연 이사들과의 의견충돌로 사표를 냈고 그 뒤를 물려받은 유재환 행장은 손성원 현 행장의 영입이 결정되는 순간 영문도 모르고 쫓겨났다. 그 후 자신의 억울한 심정을 언론에 토로했다는 이유로 계약 해지에 따른 보상금조차 제 때 받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런 불운한 한인 은행장 대열에 새한의 김주학 행장이 끼게 됐다. 최근까지 최소 오는 6월까지 임기를 보장받고 있다고 생각해 온 김 행장은 일부 이사들이 벤자민 홍 전 나라행장을 전격 영입하는 바람에 1일자로 보따리를 싸게 됐다. 이들 이사들은 홍 행장의 성공적인 추대를 위해 김 행장은 물론 그를 지지하는 이사들에게는 이 사실을 알리지도 않은 채 비밀리에 일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행장 퇴임과 함께 부행장들이 줄줄이 사표를 내는 것을 보면 새한에 대대적인 물갈이가 있을 것이란 소문이 맞는 모양이다.
‘돌아온 벤 홍’으로 인해 가장 타격을 받을 사람은 나라의 양호 행장이다. 홍 행장의 불명예 제대에 한 몫을 했던 양 행장의 지난 1년간 업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소리가 높다. 양 행장의 조기 퇴진설이 나도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나라에 대해 감정이 있는 홍 행장이 나라의 인력과 고객, 자금을 대대적으로 빼낼 경우 그의 입지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행장을 임명하고 해임하는 것은 이사회의 고유 권한이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처럼 중대한 과실이 없는데도 임기 도중에 이사회가 궁정 쿠데타를 하는 식으로 몰래 행장 목을 마구 자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단 하루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떤 행장이 소신과 비전을 갖고 열심히 일을 하겠느냐는 것이다. 행장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아는 일부 이사들의 태도는 앞으로 반드시 고쳐나가야 할 병폐의 하나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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