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LA 근교에 사는 어느 한인 가족이 영화를 보러갔다. 중년의 부모는 이민 1세이고 딸은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전형적인 이민 가정이다.
이 가족은 대학생인 딸이 영화를 좋아해서 가끔씩 다 함께 영화를 보러 가곤 하는 데 이날은 모두가 떨떠름한 기분으로 영화관을 나왔다. 영화에 대한 반응이 제 각각으로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우선 아버지 - 1세의 중년 남성인 그는 영화 중간에 밖으로 나가 버렸다. 너무 역겨워서 도저히 눈뜨고 계속 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뭐 저런 걸 영화라고 만들었는지, 왜 하필 저런 영화를 보러 오자고 했는지…”생각할수록 분노가 치솟았다.
다음은 딸 - 2세의 젊은 세대인 딸은 영화에 완전히 몰입했다. 주인공들의 가슴 절절한 사랑에 눈물을 흘리며 심취했다. 학교 친구들 중에서도 동성애자들을 심심찮게 보는 요즘 세대로서는 동성간 사랑에 특별히 거부감이 있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엄마 - 영화 내내 줄거리보다는 딸의 반응에 더 신경이 쓰였다. 남자들끼리 애태우고 사랑하는 장면을 보며 딸이 훌쩍거리는 걸 보니 괜히 불안하고 속이 상했다. 주인공들이 가엾어서 가슴 찡한 측면이 없지는 않지만, 그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배경으로 왜 하필이면 남자들 사랑이야기인지, 영 개운치가 않았다.
요즘 화제가 되는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관람 소감이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앙 리 감독의 최신작인 ‘브로크백 -’은 골든 글로브상을 4개나 탔고, 오스카상 수상도 거의 확실시 될 정도로 영화 비평가들마다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데도 선뜻 극장으로 발길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 많은 한인들의 반응이다. 화면에 펼쳐질 장면에 대해 보기도 전부터 지레 거부감이 들기 때문이다.
영화는 지난 1997년 뉴요커에 발표된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카우보이들 간의 사랑 이야기이다. 게이라는 용어가 등장하지도 않았던 1963년 여름 두 주인공은 와이오밍의 브로크백에서 양떼들을 돌보는 일을 맡으며 본인들도 예견하지 못한 운명적 사랑에 빠져든다. 그 여름을 마지막으로 둘은 각자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며 표면상 정상적인 생활을 이어가지만 가슴에 닻처럼 박힌 사랑은 끝내 그들을 내버려두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60년대 말 ‘초대받지 않은 손님’으로 ‘흑백간 사랑’이라는 타부를 건드렸던 할리웃이 이제 동성애를 본격적으로 들고 나왔다. 40여년 전 타 인종간 사랑이 그러했듯이, 동성애도 더 이상 쉬쉬하며 눌러둘 수만은 없는 시점에 다다랐다는 반증이 된다.
동성애는 요즘 한국에서도 화제이다. 연산군과 광대 사이의 동성애를 줄거리로 한 ‘왕의 남자’가 인기 절정이라고 한다. 어디까지가 정상이고, 어디부터가 비정상인지 아날로그 세대는 따라가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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